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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합의-해고자 복직하다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9년 만에 합의했다. 쌍용자동차 노사가 해고자 119명 전원을 복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4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쌍용자동차노조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저녁 나는, 전날 최종식 사장이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장면과 함께 방영된 방송뉴스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접했다. 쌍용차 사장의 조문 장면뿐만이 아니었다. 2009년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경찰이 무력 진압하는 장면도 방영됐다. 마침내 기나긴 해고자 투쟁은 전원 복직이라는 결과를 이뤄 냈다. 공장 옥쇄파업 투쟁은 패배했을지라도, 그로부터 시작된 투쟁은 오늘 전원 복직이라는 승리로 마무리되게 됐다. 노사 합의서에 따르면 사측은 올해 말까지 복직 대상 해고자 60%를 채용하고 나머지는 이듬해인 2019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며, 2019년 상반기까지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 대상자에 대해선 6개월 동안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뒤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를 완료하기로 했다. 이미 2015년 12월에 2017년 상반기(6월)까지 전원 복직을 위해 노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합의한 바 있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던 사측은 당시 해고자 165명 중 45명만 복직시키는 것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를 하게 됐다. 이번 합의대로면 이제 내년 말이면 쌍용차 해고자 모두는 복직하게 되는 것이다. 잠정합의하고서 김득중 지부장은 “10년간 버텨 낸 해고자들이 빨리 공장으로 돌아가 땀내 나는 작업복을 입고 쌍용차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 언론에서 보도했다.

2. “빨리 공장에 돌아가 일하고 싶다.” 마침내 승리로 투쟁을 마무리한 데 대한 소감의 말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노동자의 바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보여 준다. 노동자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9년의 투쟁은 이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해고투쟁은 별게 아니다. 고작해야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자로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투쟁인 것이다.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수도 없이 설치했다가 철거하기를 반복하면서 온 나라에 울려 퍼지도록 절규했지만 쌍용차 투쟁은 대단한 것을 요구한 노동자투쟁이 아니었다.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을 점거한 옥쇄투쟁도 그랬다. 사용자 자본으로부터 공장을 빼앗겠다는 것도, 노동자가 관리하겠다는 자주관리 내지 공장관리를 위해서 투쟁한 것도 아니었다. 그대로 노동자로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땀내 나는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하던 대로 일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공장점거’로 투쟁은 거창했지만, 대단할 것이 없는 정리해고 저지투쟁이었다. 그런데도, 그 보잘것없는 노동자의 바람조차 자본에 철저히 외면당하고 권력에 무력 진압되고 말았다. 그 뒤 수많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정리해고·징계해고로 쫓겨났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하지 않는 해고라고 주장해서 공장에 돌아가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제소했지만, 법원은 끝내 외면했다. 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은 최근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한 대표적인 사례로 밝혀지고 있으니, 부당한 정리해고로부터 구제해 줘야 할 법원마저도 해고자들을 짓밟았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쌍용차 해고자들은 지난한 투쟁 끝에 복직 합의를 이뤄 냈다.

3. 사실 쌍용차 합의는 특별하다. 이 나라에서 수많은 사업장에서 경영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자는 쫓겨나고 있다. 이 중 몇몇 사업장 해고노동자들만 해고투쟁을 하고, 그중 극히 일부만 복직할 뿐이다. 그러니 오늘 이 나라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합의 소식이 뉴스로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지부장은 “주변을 돌아보면 제2·제3의 쌍용차가 많다”며 그들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이 나라에서 모든 정리해고자들이 복직하고, 노동자가 정리해고되지 않는 바람으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번 쌍용차의 합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방문시에 마힌드라그룹의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한 뒤 경제사회노동위가 중재에 나선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아마도 김득중 지부장은 다른 사업장 해고투쟁에도 이런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한 것이겠다. 하지만 이 나라의 모든 정리해고자들이 쌍용차 투쟁과 같은 관심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날마다 경영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법은 사용자로 하여금 정리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근로기준법 24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으면 해고회피노력을 한 뒤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에 관해 근로자대표에 통보하고 협의해서 정리해고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그러니 이 정리해고법이 존재하는 한 사업장에서 쫓겨나는 노동자는 발생하게 되고, 모든 해고자들이 복직하고 정리해고되지 않는 김득중 지부장의 바람은 실현될 수 없다.

4.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 제도가 규정된 것은 1997년 3월13일 개정을 통해서다(31조). 다만 법 시행은 2년 뒤부터 하도록 부칙에서 규정하고 있었다(부칙 1조 단서). 그런데 이 법은 1998년 2월20일 개정됐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물론 이런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도 법원은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관해 판결해 왔다. 하지만 입법돼 시행되면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아래서 이를 이용해 대규모 인적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당시 김대중 정권에서 사용자는 이 제도를 이용해 수많은 노동자들을 사업장에서 쫓아냈다. 쫓겨나지 않은 노동자들은 이를 무기로 한 사용자 자본의 압박에 고용·임금 등 기존 노동자권리를 빼앗겼다. 이 시절에는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임금 등 권리 수준을 저하시키는 짓이 기업 구조조정 수단으로 당당하게 행해졌다. 권력도 이를 촉진하기 위해 행사됐다. 그런데 IMF 관리체제를 벗어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과 산업,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2003년 8월 노무현 정부에서 발표된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 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은 기존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근로자대표 통보기간을 60일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해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고, 2007년 1월26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50일로 입법됐다. 그리고 11년, 정리해고법은 제한되지 않은 채 오늘 우리 노동자를 내쫓는 무기로 사용자 자본이 휘둘러 왔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도 그랬다. 사용자는 희망퇴직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로 쫓아냈다. 법원은 아주 예외적으로만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을 뿐이다. 사업장에 쫓겨난 노동자들이 체념하거나, 극히 일부지만 체념하지 않고 복직투쟁을 하기 위해 거리와 광장을 떠돌아야 했다. 이건 쌍용차 합의가 발표된 오늘도 그렇다.

5. 이 나라에서 정리해고법이 사용자의 정리해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 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정리해고 요건의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사업장 존립이 위태롭게 될 긴박성이 요구되지 않는 것으로 대법원 판례로 선언해 왔고, 해고회피노력을 다하도록 한 규정은 무엇이든 해고회피노력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인 양 취급됐다. 사용자측 사정까지 고려한 해고대상자 선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판단됐고, 근로자대표 사전 통보 및 협의 의무는 정리해고를 통보해서 의견을 듣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해 왔으니, 이런 정리해고 제도를 두고서 노동자는 사용자를 위한 것이라고 여기는 게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이런 정리해고를 두고서는 이 나라에서 노동자 고용보호를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정리해고법이 도입된 이래 이 나라 노동조합·노동운동은 그 개폐를 요구했다. 지난 촛불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규제하겠다며 “정리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기업유지가 어려운 경우로 한정하고, 해고회피노력과 정리해고자 우선 재고용 의무 도입”을 공약했다(나라를 나라답게,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353면).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서 보여 준 의지로 이 공약을 이행한다면 2009년에 있었던 쌍용차의 일은 이 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의 입법안으로 제안하면 될 일이니 국회에서 입법할 일이라고 변명할 일도 아니다. 그리고 현재 국회 의석분포로 보면 대통령과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의지로 이행할 수 있는 공약인 것이다. 과연 오늘은 권력의 의지는 어디로 향하는가. IMF 관리체제 이래 지난 30년과는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인지 묻고 싶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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