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고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올해 안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는 뜻을 밝혔다. 18~20일 3차 남북 정상회담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철도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일원이 될 준비를 갖췄을까.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한국 철도를 “대륙의 꿈을 거세당한 채 경쟁체제 허울 속에 낭비했다”고 평가했다. 17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시대, 철도통합이 경쟁력이다’를 주제로 열린 철도산업정책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토론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안호영·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 고속철도하나로운동본부가 공동주최했다.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은 “정부가 철도산업 특성을 무시한 민영화·경쟁체제 구현에만 매진했다”며 “수서고속철도(SR) 출범은 한국 철도 부실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했다”고 비판했다. 그가 비판한 대로 2016년 12월 출범한 SR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었다. 코레일 영업손익은 2016년 1천539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1천177억원 적자로 반전했다. 남북 간 철도가 연결된 뒤 접경하게 될 중국과 러시아는 매출액이 우리나라보다 각각 30배와 5배 많다.

운영과 시설을 분할하면서 떨어진 경쟁력은 운영회사를 찢어 놓으면서 더 악화했다. 박 객원연구위원은 “철도는 시설과 운영, 차량제작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산업”이라며 “철도 선진국들은 시설건설과 운영노하우, 차량제작 능력을 일체화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최대 고속철도 노선망과 차량 분야 점유율로 앞서 나가는 중국, 국제철도 운영과 차량 분야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독일·프랑스·일본은 모두 통합 시너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코레일과 SR 통합, 시설과 운영 통합, 철도차량제작 분야와의 유기적 협력이 현실화할 때 대륙철도, 동북아철도공동체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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