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가 합의한 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놓고 노동계 내부에서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본지 2018년 9월12일자 10면 "보건의료 노사정TF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 마련" 참조>

노동계 일각에서 "직무급제인 정부 표준임금체계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므로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보건의료노조는 17일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투쟁에 대못을 박지 말라"는 반박성명을 냈다.

20일 열리는 민주노총 투쟁본부(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도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조직갈등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논란은 '보건의료 공공병원 노사정TF'에서 표준임금체계를 합의면서 불거졌다. 노사정TF는 8월 보건의료노조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보건의료 산별교섭에 참가하는 26개 공공병원 노사와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교육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다섯 차례 회의를 열어 지난 10일 표준임금체계를 마련했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공공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간접고용 노동자 직무를 가·나·다 등 3개군으로 구분하고 '가'군의 기본급 체계를 정한 것이다. 나군과 다군은 병원별로 정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화·주차·경비·식당·콜센터 업무를 하는 노동자(가군)의 기본급은 법정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6단계로 나뉜다. 각 단계별로 3등분해 총 18단계의 임금표가 정해졌다. 올해 가군 1-1단계는 법정최저임금인 157만3천770원을 받는다. 각 단계별로 1만원에서 2만원까지 오르는데, 최고단계인 6-3단계 기본급은 184만6천770원이다.

직무급이냐, 호봉급이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정부 표준임금체계와 유사하거나 더 못한 내용을 합의했다"고 반발했다. 민주일반노조도 "이른바 합리로 포장된 보건의료노조 합의는 정부에 매우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으로 즉시 철회돼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보건의료노조가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정부 직무급안을 수용했다는 비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호봉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명백한 호봉제"라며 "정부의 표준임금체계와는 전혀 다른 임금구조"라고 주장다. 가·나·다로 나뉜 직무구분은 "직무가치평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임금 수준이 비슷한 직무를 묶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표준임금체계는 직무평가를 통해 5단계로 직무등급체계를 구성한다. 1등급은 일반청소와 시설경비, 2등급은 전문청소와 전문경비로 정하는 식이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정규직 전환 이전) 임금수준이 비슷한 미화·주차·경비·식당·콜센터 업무를 하나로 묶었다고 했다. 가군보다 임금수준이 높은 시설관리를 나군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 논란이 있는 직무(요양보호사 등)를 다군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일부 공공병원에서 자회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과 직무급제를 밀어붙이는 사용자 공세에 맞서 직접고용 원칙을 확보하고 통일적인 호봉제 임금체계를 마련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민주노총 어떤 결론 내릴까

보건의료노조는 "직무급 임금체계를 수용했다느니,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시켰다느니, 다른 산별연맹 조직의 참여를 배제했다느니,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을 위배했다느니 하는 성명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내용 파악이나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마녀사냥 식으로 비난하고 매도하는 행위는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단결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을 향해서도 "자회사와 직무급제를 저지하고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 돌파구를 마련한 보건의료노조 표준임금체계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요구했다.

지난 13일 민주노총이 상무집행위원회를 열어 "조직적 결의로 보건의료노조 소속을 넘어 이번 가이드라인 적용이 확대될 경우 총력투쟁으로 저지한다"는 등 다섯 가지 사항을 결정한 데 대한 반발이다. 20일 민주노총 투쟁본부 회의에서 보건의료노조의 '명예회복' 주장과 공공운수노조 등의 '가이드라인 폐기' 요구가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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