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뉴스 화면에 ‘속보’라는 두 글자가 뜨면, 오보이길 바라는 경우가 참 많다. 이 부질없는 바람의 끝은 누군가의 죽음 혹은 치명적인 부상을 알리는 글과 사진으로 꽉 찬 화면뿐이다. 사고 발생 현장에서 제대로 조치만 취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의 삶이 한순간 어떻게 희생됐는지 알리는 활자들은 그 무게에 비해 늘 너무나도 무미건조하다.

지난 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 누출로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한 명이 사망했고, 당일 병원으로 옮겨졌던 또 한 명의 노동자는 12일 숨졌다. 함께 병원에 옮겨진 다른 한 명의 노동자도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법이 정하고 있는 신고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시행규칙 4조3항)에 따라 사망자 발생 뒤(중대재해사고 발생 뒤) 5분 안에 지방고용노동청에 보고했기 때문에 법을 지켰다는 것이다. 누출사고 발생 후 2시간이 지난 뒤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뒤에야 보고한 것을 두고 말이다. 그러나 소방기본법에 의하면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현장 상황을 소방서 또는 관계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사고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삼성전자는 신고하지 않은 상태로 사고를 인지한 직후 자체 소방대원을 투입했다. 그런데 자체 소방대원이 출동해서 대처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보면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이들이 마스크나 안전복도 착용하지 않았다. 출입카드가 찍히지 않아 바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모습도 촬영됐다. 현장 출입통제나 다른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채 말이다. 사고발생 후 5분여 만에 자체 소방대원이 출동했지만 이들이 과연 사고 현장에 대처하기 위해 출동한 것인지, 사고 발생 후 40여분 만에 들것도 사용하지 않고 구조대원들에게 들려 나온 노동자들이 과연 제대로 구조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기도재난안전본부가 사고 여부와 상황을 묻자 “상황이 종료됐다”며 사상자 이송병원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사업장 내부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미칠 위험은 없는지 소상히 파악하고 대처해야 할 재난안전본부에조차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배관 교체작업 중 불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신고하지 않다가 사고발생 후 10시간이 지나서야 신고했다. 사고가 왜 발생했고 어떻게 대처했는지는 사고로 인한 결과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도 법이 정한 신고의무를 다했다는 것만으로 누구도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해 5월 다시 불산 누출사고로 세 명의 노동자가 다쳤다. 2014년 3월 삼성전자 영통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로 노동자 한 명이 숨졌고, 2015년 11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황산 누출로 협력업체 노동자 한 명이 다쳤다. 그러나 여전히 “법이 정하고 있는 보고의무를 다했다”는 삼성전자 입장은 되풀이되고 있다. 소방기본법은 신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하거나 제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반복되는 사고와 또 반복되는 안이한 대처, 이로 인한 희생을 막기가 어려운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나도 큰 희생이 있었다. 이번 사고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고, 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강제하고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제대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의 사고로 드러났지만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기에, 그래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접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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