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로 돌아간다. 2009년 정리해고된 지 10년 만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기업노조 쌍용자동차노조, 회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14일 내놓은 '해고자 복직 합의서'는 쌍용차 사태 9년 역사를 담아내기에는 소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200자 원고지 5매, 한글 1천자 미만 합의서 행간에는 사회적 상흔을 키워 가던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사·정의 고민이 오롯이 드러난다.

쌍용차 노노사는 2015년 12월 해고자 중 복직 희망자를 2017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복직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행시기를 못 박지 않은 탓에 해고자들의 복직은 늦춰졌다. 합의 당시 복직대기자 167명 중 일부만 공장으로 돌아갔다. 119명은 언제일 지 모르는 회사 부름을 기다렸다.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 복직, 무급휴직 발생시 정부·경기도가 지원

회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킨다. 올해 말까지 60%, 내년 상반기까지 나머지 40%를 단계적으로 채용한다. 각각 70명·49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에 복직한 노동자들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지는 미지수다. 당시 경영상황에 따라 부서배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일이 없는 복직자는 2019년 7월1일부터 같은해 연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을 한다. 합의 주체인 경사노위가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급휴직자 생계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보장한다. 쌍용차 사태 해결에 관심을 가진 이재명 경기도지사측이 경기도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정기훈 기자

회사 요청에 따라 쌍용차지부는 합의 직후부터 회사를 상대로 하는 집회·농성을 중단한다. 지부와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쌍용차범대위)는 사태 해결을 회사에 압박하기 위해 쌍용차 영업소와 전국 광역시·도에서 1인 시위와 선전물 게시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지부 시위에 동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회사는 시민·사회단체 연대활동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복직합의 기자회견에서 "노사는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회사의 미래 발전을 위해 손을 잡고 판매증대·생산증대를 통한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기로 했다"며 "브랜드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회사발전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협력하기로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쌍용차 지원방안 노사정 대화 의제 오를 듯

노노사정 합의가 이행되려면 정부가 뒷받침을 해야 한다. 경사노위는 "해고자 복직으로 생기는 회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로 약속했다. 노노사정 교섭에서 쌍용차 사측은 산업은행을 통한 정책자금 지원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기훈 기자

쌍용차지부도 이 같은 회사 입장을 옹호했다. 지부 관계자는 "조선업·한국지엠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국책금융기관이라는 산업은행이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자구안을 요구하며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패악질을 자행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죽이는 정리해고 사태에 정부·산업은행이 책임을 지고,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회사 요구는 합당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식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회사 생존을 위해 새 차를 개발하고 있어 3년간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현재 적자 상태라서 자금충당이 어렵다"며 "경사노위가 중심이 돼서 자금조달 측면에서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회사는 경영이 어려운데도 10년에 걸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정책자금 지원 문제는 사회적 대화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경사노위는 정부 지원방안 마련과 해고자 복직 합의서 실행계획을 점검하기 위해 노사정 대표가 참여하는 '쌍용자동차 상생 발전위원회'를 구성한다. 노사정 대표 합의를 지렛대로 삼아 정부와 산업은행에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합의를 응원하는 사회적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시는 해고자 복직 결단을 한 쌍용차를 지원하기 위해 관용차 중 상당량을 쌍용차로 구입할 방침이다.
 

▲ 정기훈 기자

정리해고제 재검토 논의 불붙을까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해고자 복직 합의 기자회견을 한 14일 오전 김득중 지부장을 비롯한 쌍용차범대위 관계자들은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았다.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목숨을 잃은 노동자와 그 가족 30명의 영정 앞에 합의서를 올렸다. 김 지부장은 "해고노동자들이 어떤 이유에서 긴 시간 고통 속에서 살았어야 했는지 절대 잊지 않고 이 시간 이후에도 정리해고·비정규직 투쟁을 하는 이들과 어깨를 겯고 함께하겠다"며 "기업들은 쌍용차 사태를 보며 경영이 안 좋더라도 무조건 정리해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고, 국가도 정리해고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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