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머리칼은 딱 머털도사인데, 왜 도술은 못 부리나. 대한문 분향소 지키던 윤충열씨가 삐죽삐죽 멋대로 뻗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면서 삐죽거렸다. 뽑아서 훅 불어야 한다고, 누군가 비기를 전했다. 뽑는 시늉을 했다. 저 나이에 머리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느냐고, 다른 이가 나서서 말렸다. 타박했다. 머리칼만큼 많은 날이었다. 도를 닦았다면 진작 도술에 능했을 터, 악다구니 속을 살다 보니 애꿎은 머리가 파뿌리다. 눈이 소복 쌓였다. 놋쇠 향로엔 재가 쌓여 갔다. 끝내 남아 싸운 죄였다. 오늘 분향소가 한바탕 떠들썩했다. 땀내 향내 섞였다. 펑 하고 카메라 플래시에 불붙었다. 교섭에 속도가 붙었다. 그간 노동 빠진 조합 생활이 길어 머리칼이 빠졌다. 빛바랬을지언정 남은 머리칼이 적지는 않으니 돌아가 뚝딱 자동차를 만들고 고치는 도술을 부리기를 검은색 티셔츠 차림 사람들이 눈물로, 땀으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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