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12일 8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성적표는 좋지 않다. 취업자는 3천명 증가에 그치고, 실업자는 113만명으로 외환위기 후 가장 많았다. 언론은 ‘일자리 붕괴’ ‘고용참사’ 같은 선정적인 말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비판했다. 야당은 청와대에 있는 책상머리 학자가 유능한 관료의 손발을 묶었다며 공격했다. 그 유능한 관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통계가 전에 없던 권력을 쥐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었다.

고용‘참사’는 틀렸다, 고용‘둔화’가 맞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8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천명 늘었다. 이를 두고 고용쇼크, 고용참사라고 부르기에는 과하다. 실제로 고용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취업자가 3천명 증가했다고 고용참사로 규정하고,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노동시장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와 지금의 고용지표를 비교할 때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고려해야 한다. 당시에는 50만~60만명씩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할 때다. 현재는 절반 수준인 25만명이다. 생산가능인구가 50만~60만명씩 늘어날 때 취업자가 3천명 늘어나는 것과 현재 25만명 수준에서 취업자가 3천명 늘어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어쨌든 인구 감소를 고려해도 현재 나오는 수치를 보면 고용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경기 순환주기에 따라 노동시장이 둔화되는 양상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자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큰 규모의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금융위기 당시처럼 모든 고용시장 정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간단축이나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들을 밀고 나가야 한다. 고용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진다고 해서 청년실업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지금 추진 중인 고용시장 정책을 중단한다면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취업자 증가 폭 감소 노동시간단축 탓은 정치공세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취업자 증가세의 큰 폭 감소, 실업률 증가와 고용률 증가세 유지, 그리고 양과 질의 엇갈림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자 증가 둔화와 관련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제조업 위기가 반영됐다기보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단축이 문제라고 한다.

20·30·40대 취업자 감소를 고령층 취업자 증대로 상쇄하는 형국이라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상용직이 늘고 임시·일용직이 감소하는 양상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실업자 증가가 크다. 실질실업률 변동이 있는지 확인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고용률은 거의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올해 2~3%의 영업비용 증대를 가져온다. 고용에 영향이 있긴 하다. 그런데 고용통계의 나쁜 결과가 최저임금 때문이라면 고용인이 있는 자영업자가 줄어야 한다. 하지만 고용인이 없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만 줄곧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정책방향을 변경해야 한다는 신호가 여전히 약하다. 내년에는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인상률이 전 정부 때보다 밑돌 것이라는 분석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노동시간단축을 갖다 붙이는 건 정치공세다. 300인 이상 기업에만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적용한 지 겨우 한 달 됐다. 취업시간 감소는 소득과 관련 있지, 고용량과는 오히려 긍정적 상관관계다.

부동산 정책처럼 일자리·노동 영역도 정부가 좌고우면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신세가 되고 있다. 누구나 좋다는 정책은 별 효력이 없거나 의미 없을 가능성이 크다. 정규직 전환, 청년·특수고용직 같은 불안정 취약층 노동소득 개선, 고용을 늘리는 노동시간단축, 최저임금 인상, 노동기본권 보장 등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고용충격 흡수하는 일자리 정부의 정책패키지 추진
이상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이상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통계청이 8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내용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고용률이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실업률은 4.0%를 기록했다. 더욱이 청년실업률과 실업자 수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앞다퉈 고용위기니, 고용대란이니 야단들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팩트 체크’다. 취업자 증가추세가 수개월째 급격히 감소하는 등 부정적 지표를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과잉화돼 있던 임시·일용직이 줄어들고 과당경쟁에 내몰리던 고용원 없는 자영자(영세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사실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고용사정은 고령화로 인해 전체 고용률이 떨어지고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제조업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그리고 도소매·숙박음식·사업지원서비스업 경기가 상당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향후 노동시장 상황을 예측하면서 더 걱정되는 문제는 구조적·경기적 요인들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일자리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다. 단기적으로 일자리 예산과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꼼꼼히 챙기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일자리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민간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업종별·직업별 대책을 마련하고 부실한 고용안전망의 전면적 개편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용부진 원인이 최저임금? 진실 호도이자 국민 선동
김세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김세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

8월 고용동향에서 나온 일자리 증가 폭이 3천명에 머물렀고 실업자는 13만명 증가했다. 특히 20대 청년과 산업을 지탱해야 할 40대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었다. 지표만 본다면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성적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들은 이렇게 된 이유를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진실을 호도하고 국민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대와 40대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든 이유는 제조업 부진에서 비롯된다. 제조업의 총 집합체라고 볼 수 있는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이 난국에 빠짐에 따라서 자동차업체와 조선업체가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그와 연계된 하청업체들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제조업에 20대 청년들이 갈 일자리가 없고 40대 노동자들이 퇴직 등으로 밀려나는 상황 속에서 실업자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또한 자영업자 붕괴도 실업난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말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만으로는 자영업 붕괴를 설명할 수는 없다. 자영업 과잉과 노동자의 퇴직 이후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 열악한 자영업자 사회안전망 등이 자영업자를 무너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40년 이상 재벌대기업 중심의 이윤주도 성장 정책을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병을 처음 치료할 때 가장 고통이 심하듯, 현재의 고용악화 상황은 한국 경제의 체질이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서 정부는 일자리 양을 늘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일자리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저소득 노동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고용동향 지표 때문에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바람대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 추진을 늦추거나 철회한다면 더욱 심한 위기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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