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남부지법 2018. 8. 23. 선고 2015고단2030 판결


1. 처벌받는 데 8년이 걸리다

유성기업·발레오·창조컨설팅. 노동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은 들어 봤음직한 이름들이다.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는 (판결에서 인정된 것만 봐도) 2011년 7월 이후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발레오전장의 부당노동행위도 (판결에서 인정된 것만 봐도) 2010년 3월 이후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들 리스트 중 제일 마지막에 있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그 소속 노무사인 심종두·김주목 포함)에 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의 형사사건이 8월23일에 선고됐다.(서울남부지법 2015고단2030 판결) 많은 사람들의 바람대로 구속이 됐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이미 한참 지연된 결과였을 뿐 아니라 그 선고 형량 역시 낮았다.(심종두와 김주목 각 징역 1년2개월, 창조컨설팅 1천만원) 이들 사업장의 부당노동행위에 창조컨설팅이 관여한 것은 그 내부 직원이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하고, 은수미 전 의원이 2012년 9월 국정감사에서 폭로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창조컨설팅이 처벌받기까지 부당노동행위 행위시(2010년)로부터 8년, 세상에 알려진 후(2012년)에도 무려 6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대법원 판결도 아닌 1심 판결이 그렇게 오래 걸렸다.

2. 오래 걸리고 선고 형량 낮은 이유는 수사기관의 범죄은폐 내지 수사 포기

이렇게 오래 걸리고 선고 형량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방조범으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방조범은 필요적 감경 사유다. 창조컨설팅이 방조범으로 기소된 이유는 수사기관의 범죄은폐 내지 수사 포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12년 9월 창조컨설팅의 실체가 일부 폭로됐고 금속노조와 관련 지회들의 고소가 잇따랐지만,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수사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검찰은 고소가 있은 지 한참 이후인 2013년 12월 무렵 노조파괴 혐의를 제외한 극히 일부 혐의에 대해 기소를 했을 뿐이었다. 이에 금속노조와 유성기업지회·발레오만도지회는 항고 및 재정신청을 했고 2014년 12월30일 유성기업 사건(대전고등법원)에 대해, 2015년 3월30일 발레오 사건(대구고법)에 대해 각 재정신청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재정신청 인용률 자체가 매우 낮은 점(평균 1% 미만)을 고려하면 부당노동행위 증거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와 검찰이 외면한 것임이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한편 이와 같이 재정신청이 인용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기소 자체도 2015년 4월8일에 했는데 유성기업 사건의 경우 4개월이나 경과한 이후의 일이었다. 위와 같이 2개 사업장 사용자들이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되자 비로소 검찰은 2015년 6월5일 창조컨설팅을 기소했는데, 그 기소 범위는 재정신청에서 인용된 부분에 국한됐을 뿐 아니라 죄명도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장과 판결문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보면 이는 방조범이 아니라 공동정범으로 기소됐어야 하는 사안이다. 예를 들어 판결문은 창조컨설팅에서 작성한 문건의 내용과 실제 유성기업 및 유성기업노조가 취한 조치 또는 대응이 일치하는 점,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상세한 점, 전자파일의 제목과 형식 그 자체로 봐서 애초 유성기업과 유성기업노조에 제공될 것일 예정돼 있던 점 등을 들고 있다. 발레오 사건의 경우에도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들의 모임(조조모)’와 회사가 취할 행동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점, 일부 자료에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도 있는 점, 유성기업·상신브레이크 등과 같이 창조컨설팅이 관여한 사업장의 규약에 문법적 오류까지 동일한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이는 방조범의 행위라고는 볼 수 없고, 소위 기능적 행위 지배를 하는 공동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방조범은 말 그대로 정범의 행위에 도움을 주는 정도의 역할이고, 공동정범은 직접 행위자(사용자)의 행위를 공동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경우다. 그런데 위 판결문에서 인용된 사실관계를 보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창조컨설팅이 세워 줬다는 것으로서 이것이 공동정범이 아니라면 무엇이 공동정범인지 의문이다. 판결문만 가지고 보더라도 노동부와 검찰의 범죄은폐 내지 수사 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3. 제도개선과 법률 개정 모두 필요하다

2013~2016년 기준으로 검찰의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은 평균 40~45%다. 그러나 검찰이 부당노동행위를 포함해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비율은 15% 내외이다. 실제 노조법 처벌조항 중 노동조합을 처벌하는 조항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부당노동행위 기소율은 더 떨어질 것은 명백하다. 노동부가 2014~2017년(7월까지)의 기간 중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사건도 그 비율이 17~20%에 불과하다. 이렇게 예외적으로 기소된 이후에도 그 처벌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인데 2011~2015년 기준으로 법원의 징역형 선고 비율은 노조법 위반 사건과 일반 형사 사건 사이에 50배, 벌금형과 선고유예 비율은 2배 이상의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부당노동행위는 노동 3권을 직접 침해하는 조직적 기업범죄인데, 노동자들의 헌법상 보장된 쟁의행위와 표현활동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명예 관련 범죄보다도 처벌이 가벼운 실정이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사용자에 온정적인 처분을 내리는 것은 낮은 법정형(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노조법은 오히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3~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5천만원 이하 벌금). 이는 부당노동행위 범죄의 중대성과 피해회복의 어려움 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입법이다. 연 수익이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에 벌금 몇백 만원 내지 몇천 만원은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형사처벌 규정이 실질적으로 범죄예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을 ‘징역형’으로 단일화하고 법정형 상한도 5년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률 개정뿐 아니라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을 발표하며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및 노사관계 질서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다. 발표 당시 노동부가 발간한 ‘부당노동행위 수사 매뉴얼’은 기존의 부당노동행위 압수수색실무(2013년 11월)에 부당노동행위 관련 판례와 노동위원회 판정례를 분석·보강한 것인데 그 내용상으로만 보면 일부 진전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매뉴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대로 부당노동행위 수사가 실제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지난달 1일 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밝힌 여러 권고사항들에 대해서 노동부가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것을 보면 그 실행 의지가 매우 의심된다. 특히 창조컨설팅에 관한 부분을 보면 “창조○○○ 조사 결과를 통해 부당한 개입과 유착 의혹 등을 확인하거나 추정할 수 있었음. 노조무력화 공작의 실체 규명 및 정부기관·컨설팅업체 등과의 유착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이번 판결로 유성기업·발레오전장 사용자들의 범죄행위가 다시 한 번 확인됐고, 노동부와 검찰의 범죄은폐 내지 수사 포기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법률 개정과 제도개선이 모두 강력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이 그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90%의 개선이 필요한 판결이라고 평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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