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2014년 A단체 회원 10여명은 당시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자에 대한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죄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대전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검찰은 이들을 미신고 집회와 금지된 장소(대전지법 청사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들고, 마이크와 앰프를 이용해 발언을 하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므로 이 사건 기자회견은 실질적으로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회원들은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기자회견은 집시법에 따른 규제가 적용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다퉜다. 집회금지 장소에 대해 합헌적 해석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시법이 집시법이 옥외집회와 옥내집회를 구분해 집회의 신고 및 장소적 금지에 관한 각 규제를 옥외집회의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옥외집회가 옥내집회와 비교할 때 법익충돌 위험성이 크기 때문인데 기자회견은 이러한 위험성을 내포하지 않으므로 규제 대상인 옥회집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집회금지 장소(법원에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 대한 집시법상 규정에 대해 사법기능 보호 등 입법목적과 무관한 집회까지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고 이에 대한 합헌적 해석이 요청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① 이 사건 행위의 목적은 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고, 사회자의 발언, 여는 말, 변호사의 고발 취지 발언, 규탄 발언으로 계획됐다. ② 실제로도 그렇게 이뤄져 참가자와 일반 공중 사이에 이익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사전에 주최자를 비롯한 참가자와 일반 공중 사이의 이익충돌이나 교통상 장애 등이 우려돼 주최자·참가자에 대한 보호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③ 기자회견 과정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행위를 하기도 했으나 이는 기자회견의 내용을 함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청각적 방법으로, 의사표현 자유의 범주에 속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이 사건 기자회견을 사전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재판부는 나아가 집회 금지장소에서의 집회 개최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법원과 검찰청이 단지 내 나란히 존재하고 중소도시의 경우 법원 인근에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위치하는 경우도 많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절대적인 금지조항으로 보면 입법의도와 달리 각급 법원 경계선에서 100미터라는 지역 안에 있는 검찰청 등 관공서까지 집회금지 구역으로 설정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등 구체적 상황을 고려치 않은 채 사법기능과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집회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돼 사법기능 확보라는 공익과 집회의 자유라는 사익의 조화를 이루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법률조항의 합헌적 해석을 통해 각급 법원 인근 집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금지된다기보다는 법률 조항의 입법목적, 즉 사법의 기능 보호·법원의 안녕질서 보호·재판의 독립 확보와 무관한 집회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이 예외 없이 유죄로 인정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2심 판결은 분명 새로운 변화로서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을 시작으로 모든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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