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금속노조 전신인 금속산업연맹은 1998년 결성 이후 20년간 산별교섭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를 산별교섭 자리에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캐나다와 독일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산별교섭 의미를 짚고 제도화를 요구하는 자리를 마련한 이유다.

노조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산벌교섭 제도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이 후원했다. 노조는 사용자측에 "산별교섭을 준비하기 위해 논의하는 노사공동위원회라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에는 산별교섭을 가로막는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사용자측은 "교섭형태를 강제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조 “기업별교섭 관행 깨자”

경총 “특정 교섭방식 강요 안 돼”


토론자로 나온 정일부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기업별 체제를 넘어 산업정책 같은 산별적 내용을 준비하기 위한 정책협의기구로서 금속산업사용자노사공동위원회를 제안한다”며 “정부도 산별교섭 제도화를 막는 법·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달 14일 금속산업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하지만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참여하지 않는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등 완성차업체는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 실장은 “사측이 산별교섭을 반대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다중교섭과 사업장 특수성은 어떻게 해결할지 노사 간 논의를 통해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산별교섭을 시작하자는 것도 아니고 산별적 내용을 준비하기 위한 정책협의기구조차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하기 때문에 기업이 떠안는 부담도 있다”며 “산별교섭을 통해 전체적으로 교섭비용을 줄이고, 노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요구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단체교섭 방식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이지 특정 교섭형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독일에서 산별교섭을 수십 년 동안 안착시켰듯 기업별 교섭을 해 온 한국적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별교섭 견고한 독일, 패턴교섭 캐나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는 산업·업종 내부 노동자 간 격차 해소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업별교섭 관행이 지속돼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장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초기업교섭의 이점을 살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노조법 개정 요구에 대해 김 정책관은 “노사관계 법·제도 전문가위원회에서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를 포함한 법·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전문가위원회 안이 마련되는 대로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을 위해 제리 다이아즈 캐나다 유니포 위원장과 요르그 호프만 독일 금속노조 위원장, 비요른 뵈닝 독일연방 노동사회부 차관이 방한해 눈길을 끌었다.

요르그 호프만 위원장은 산별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틀과 단체협약의 종류, 지역별 단체협약 적용범위를 소개했다. 그는 “견고한 기본법(독일 헌법)에 근거한 단체협약법에 따라 산별교섭이 규정된다”며 “단체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저기준을 제시하고 당사자들이 모든 조건에 대해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리 다이아즈 위원장은 “완전한 산별교섭을 활성화하는 유럽식 노동법은 없지만 산별교섭과 똑같은 구조로 교섭체제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며 “패턴화되고 조율된 교섭방식을 통해 산별교섭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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