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노회찬 전 의원 49재 추모행사가 끝나고 시민들이 고인의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지난 49일간 그가 남겼던 가치를 하나씩 소환하고 의미를 새겼습니다. 하늘에 있을 친구 입장에서 생각했습니다. 이제 무슨 말을 할까. 이제 움직일 때인 거 같습니다. 그가 꿈꿨던 세상, 따뜻하지만 조금 유쾌하게 가는 세상을 향해 우리가 움직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고인을 고2 때 만나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활동을 함께했던 친구이자 동지였던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은 9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노회찬 전 정의당 국회의원 49재 추모행사에서 이같이 입을 뗐다. 다음 말이 이어졌다.

“노회찬재단(가칭) 설립을 제안합니다.”

“노회찬 정치 되살리겠다”

노회찬 전 의원이 타계한 지 9일로 49일째를 맞았다. 이날 정광필 전 교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 18명이 노회찬재단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대표 제안자로 나선 정 전 교장은 “우리는 노회찬이 살아온, 고되지만 정의로운 삶을 잘 알기에 그의 죽음이 너무나도 애석하다”며 “그의 육신은 우리 곁을 떠나야 했지만 그가 가졌던 꿈과 삶은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이 9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 노회찬 전 의원 49재 추모행사에서 노회찬재단(가칭) 설립 제안을 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정 전 교장은 “노회찬이 몸 바치고자 했던 노동존중 사회와 선진복지 국가 실현은 노회찬과 우리의 꿈이 되고 ‘이게 나라냐’는 촛불시민들의 분노에 노회찬이 답하고자 했던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는 노회찬과 우리의 삶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애절한 바람을 노회찬재단을 통해 실천하고자 한다”며 “노회찬재단 설립을 통해 ‘노회찬 정치’를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정 전 교장은 “노회찬의 말과 글, 발자취를 기록하고 펼쳐 내어 ‘좋은 정치’ 교본이 되게 하겠다”며 “제2, 제3의 노회찬을 양성·지원하는 한편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한 비전과 실천과제를 연구·토론하는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회찬재단 설립에 많은 시민들이 후원자가 돼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회찬재단 후원자가 돼 주세요”

▲ 9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노회찬 전 의원 49재 추모행사 전경. <연윤정 기자>

노회찬재단 설립은 정 전 교장을 필두로 권영길·심상정·이정미 등 진보정당 전·현직 대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김영숙 국회환경미화원노조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 유시민 작가(전 보건복지부 장관)와 박찬욱·변영주 영화감독, 방송인 김미화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고인과 과거에 함께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을 함께했던 이종걸·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평소 고인과 교류가 많았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백승헌 전 민변 회장 등 학계·법조계 인사, 고인의 부산중·경기고 동기인 김봉룡 위브런 대표·김창희 전 언론인, 그리고 홍순봉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이 제안했다. 백승헌 전 회장은 고인의 삼성엑스파일사건 공동변호인단 대표변호사를 맡았다. 송영길 의원은 인민노련 활동을 함께했다.

노회찬재단 설립 추진은 이날 49재 추모행사에서 전격 공개됐다. 신장식 정의당 사무총장은 “노회찬재단 설립을 위해 각계각층과 지역인사가 폭넓게 참가하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후원회원을 모집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재단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까지만 울겠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 49재 추모행사가 열린 이날 날씨는 맑고 쾌청했으나 한낮 태양은 뜨거웠다. 유족과 정의당 당원, 지인, 일반시민을 비롯한 500여명이 추모행사에 참여했다.

사회를 맡은 신장식 사무총장은 "오늘까지만 울겠다"며 "고인이 바라보는 곳을 향해 당당히 쉬지 않고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 9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 노회찬 전 의원 49재 추모행사에서 오열하는 김지선씨를 지인들이 위로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고인의 부인 김지선씨가 술을 올리면서 제례가 시작됐다. 김씨가 절을 하다 오열해 추모객들이 함께 흐느꼈다. 이정미·윤소하·심상정·김종대·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권영길·천영세·김혜경 전 민주노동당 대표,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 이용길 전 진보신당 사무총장,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맡았던 유시민 작가,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차례로 제례를 올렸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추모사에서 “49재가 끝나면 노회찬 원내대표는 어떤 삶과 발걸음으로 어디로 가실까”라며 “당신께서 늘 마음과 시선으로 보듬었던, 우리 시대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는 모든 서민들 곁에, 그 마음에 다시 오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중략) /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후략)"<그날이 오면 중에서>

추모객들은 함께 일어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그날이 오면>을 불렀다. 1시간에 걸친 추모행사가 마무리됐다. 추모객들은 줄을 서서 고인 묘소에 헌화했다.

“그대가 바라보던 곳 향해 걸어갑니다”

지난 7일 저녁에는 국회 잔디밭에서 노회찬 전 의원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유족과 정의당 관계자, 국회의원, 일반시민을 포함한 2천여명이 함께했다. 주제는 “그대가 바라보던 곳을 향해, 우리는 걸어갑니다”였다.

▲ 노회찬 전 의원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내놓은 기증품. 7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노회찬 전 의원 추모문화제에서 전시됐다. <연윤정 기자>

사회를 맡은 이금희 아나운서는 울먹이면서 “14년 전 한 방송에서 프로그램 진행자와 초대손님으로 고인을 처음 만났다”며 “여의도 1번지 많은 사람들을 초대손님으로 모셨지만 그는 내가 아는 유일한 진짜였다”고 말했다.

추모문화제는 1부 ‘어디를 보고 계셨나요’, 2부 ‘뒤돌아보지 마세요, 우리가 그 길에 함께 있어요’, 3부 ‘고맙습니다’로 나뉘어 2시간 넘게 진행됐다.

1부에서 김영숙 국회환경미화원노조 위원장은 “제가 기억하는 노회찬 의원은 사람 냄새 나고 향기 나는 꽃 같은 분이었다”며 “꽃은 지더라도 향기는 남는 것처럼 약자들의 편에서 함께 눈물 흘리며 고통을 나눴던 고인의 삶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2부에서는 고인의 ‘영원한 동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노회찬 대표께서는 진보정치가 앞으로 쭉 나아가려면 동지들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며 “정의당은 반드시 선거제도를 바꿔서 노회찬 대표의 유지인 정의로운 사회와 복지국가를 이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7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노회찬 전 의원 추모문화제 전경. <연윤정 기자>

416합창단·전인권 등 추모공연 이어져

3부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거대권력에 굴하지 않고 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 사회적 약자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는 진보정치가 돼 달라, 더 크고 강한 정당이 돼 달라는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고인과 함께 멈추지 않고 당당히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노회찬 전 의원 타계 뒤 정의당에는 1만명에 육박하는 신입당원이 가입했다. 이를 대표해 나온 홍순태 신입당원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런 기회가 열린 세상이 그분이 꿈꿨던 세상이 아닌가 싶다”며 “그를 추천인으로 해서 당원이 된 사람들은 그분의 뜻이 땅에 뿌려져 씨앗으로 자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지난 7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노회찬 전 의원 추모문화제에서 가수 전인권씨가 공연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이 밖에 밴드 노랑, 4·16합창단, 가수 전인권, M&P체임버오케스트라, 정의당 노회찬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전인권씨는 “이야기를 잘 못하지만 오늘만큼은 하고 싶어 (원고를) 적어 왔다”며 “노회찬님의 정의와 신념을 깊은 마음으로 담고 싶다”고 애도하면서 <정선아리랑> <그날이 오면> <걷고 걷고> 3곡을 불렀다.

추모문화제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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