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건설현장 포괄임금 지침 폐기를 촉구하며 노숙농성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건설노동자들이 정부에 포괄임금 지침 폐기를 요구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대법원이 “건설현장 포괄임금 적용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정부가 행정지침을 폐기하지 않아 주휴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도록 관리·감독하기는커녕 주휴일을 빼앗는 포괄임금을 장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가 5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현장 포괄임금제 폐지를 촉구했다. 노조는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쉴 수 있는 주휴일을 보장하고 있지만 무법천지 건설현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며 “사용자들은 건설현장 포괄임금제 적용으로 일당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억지주장을 펼치며 수당은 물론 주휴일조차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건설현장은 일당제로 운영된다. 건설사들은 정부의 포괄임금 지침을 근거로 각종 수당이 일당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11년 ‘건설일용근로자 포괄임금 업무처리 지침’을 통해 일정기간 이상 사용이 예정돼 있는 일당제 일용노동자는 연장·야간·휴일·주휴수당을 포괄임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건설노동자 임금체불 소송에서 “(건설현장은) 근로시간 산출이 어렵거나 당연히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로 보이지 않는다”며 포괄임금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영철 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건설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하나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는 데에는 건설현장 임금체계를 포괄임금으로 규정한 행정지침 때문”이라며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노동부는 행정지침을 폐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부는 잘못된 행정지침을 폐기하고 사용자단체와 노조가 주휴수당과 일요일 근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특별교섭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금철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은 “건설노동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건설현장 관례라는 이유로 10시간을 일해도 사용자들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야근·주휴수당이 포함된 일당을 받아 왔다”며 “연맹은 일자리위원회에서 불합리한 포괄임금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사용자측 반대로 행정지침 폐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건설현장 포괄임금 지침 폐기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다. 12일에는 전국 토목건축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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