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올해 정기국회가 문을 열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노동존중 입법’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보수야당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최저임금법 개정이나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에 약속했던 노동관계법 개선안 중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을 포함한 비정규직 관련법이다.

노동부 TF 가동, 12월에나 법안 제출할 듯

정부는 지난해 10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기간제 사용 제한 방식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지금처럼 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사유 제한'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철도·항공 분야처럼 생명·안전 관련 업무에는 기간제와 파견노동을 아예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원·하청 노동자 격차완화 방안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서 올해부터 해외사례 조사를 시작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생명·안전 분야 비정규직 사용금지는 올해 안에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정부·여당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을까. 5일 정치권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연내 국회 법안심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특수고용직과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관련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중점법안에 넣었다. 노조법 개정안을 다루면서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러나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은 중점법안에서 제외해 버렸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마무리가 급선무인 만큼 올해 정기국회 중점법안에는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올해 2월부터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두고 비정규직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기간제, 특수고용, 하도급·파견으로 분과를 나눴다. 최근 총괄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간제와 관련해서는 사용사유 제한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전문가 안을 마련한 뒤 노사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기간제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처럼 사용사유 제한도 표류하나

올해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 결과를 보면 여당은 노동개혁 입법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되레 보수야당 반격에 밀렸다. 노동계 안팎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 개정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의당이 5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법제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토론회에서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면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며 “비정규직 관련법 개선을 위해 올해 하반기에 제대로 논의하고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국회 문턱이 아니라 정부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내년 상반기에 입법하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심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년 하반기부터 2020년 총선 국면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면을 고려해 여당이 21대 국회로 입법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다음 총선을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논의는 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참여정부 당시 비정규직 관련법도 2004년 발의돼 2006년 말 국회를 통과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기간제 사용사유와 간접고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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