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근 유전자정보(디엔에이) 채취 절차를 개선하라고 결정하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국회에 관련 법률 개정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30여개 단체는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법)에 따라 2010년 7월부터 특정인의 디엔에이를 채취해 왔다. 파업 참여 노동자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하고 처벌하는 데 이용됐다. 대표적인 피해자들이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들이다.

검찰은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쟁의행위 과정에서 일어난 공장점거 사건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법원에 노동자들의 디엔에이 채취영장 발부를 청구했다. 법원은 승인했다. 48명의 노동자가 디엔에이를 채취당한 뒤 형사처벌됐다. 2016년에는 노점상 철거에 항의해 아울렛 매장에서 20분 농성을 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노점상 활동가들이 디엔에이를 채취당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디엔에이법 8조가 노조와 사회단체 활동가의 디엔에이 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채취 대상자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디엔에이법에는 영장청구 때 판사가 채취 대상자 의견을 직접 청취하거나 서면으로 대상자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가 명문화돼 있지 않다"며 "영장 발부에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구제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내년 12월31일까지 디엔에이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가 지적했듯 디엔에이 채취 대상자는 신체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제한받고 영장에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며 “검찰은 인권을 침해하는 디엔에이 영장 청구와 집행을 중단하고, 정부와 국회는 디엔에이법의 위헌적인 조항을 개선하기 위한 개정안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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