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게임회사인 넥슨에 업계 처음으로 노조가 생겼다.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지회장 배수찬)가 3일 설립선언문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회는 “크런치 모드(마감 전 장시간 노동)를 워라밸(일·생활 균형) 모드로 바꿀 게임업계 1호 노조가 되겠다”고 밝혔다.

넥슨은 수년간 국내 게임업계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1조3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게임산업 시장규모는 12조원대다.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노동자들 처우는 열악하다. 포괄임금제로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고 씻고 먹는 것을 줄이는 크런치 모드라는 말도 게임업계에서 나왔다. 프로젝트별로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노조 결성이 어렵고 고용이 불안한 원인이기도 하다.

노조는 “게임업계 노동자들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직을 강요받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며 “회사는 포괄임금제라며 주말 출근에 교통비만 쥐어주며 크런치 모드에 따른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노동자들의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서 시행되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노조 결성 계기가 됐다. 당시 노동자대표로 회사와 협상했던 이들이 노조설립에 앞장섰다.

배수찬 지회장은 “당시 협상에서 회사에 포괄임금제 폐지를 요구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며 “회사 매출은 매년 증가했지만 노동의 값어치는 제자리였고 성과에 따른 공정한 분배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이날부터 노조 가입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하루에만 수백 명이 가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코리아와 넥슨네트웍스·네오플·넥슨지티·넥슨레드 등 넥슨그룹 자회사와 계열사 소속 노동자도 가입대상이다.

지회는 “노동자 노력과 관계없이 회사 사정에 따라 처우가 결정됐고, 이직이 강제돼 정년퇴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와 사회, 그리고 게이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노조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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