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가 MBC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벌어진 합법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사측의 노조파괴와 노동자 단결권 침해를 사실상 방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일관되게 내놓았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2016년까지 '불법파업' 입장을 고수했다. 이듬해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합법파업'으로 말을 바꾸고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개혁위는 조만간 조사 내용을 담은 활동결과보고서(백서)를 발간한다. MBC와 코레일에서 자행된 정부의 노조무력화·부당개입을 조사한 개혁위는 "단체행동권 보호 관행을 개선하라"며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중립원칙을 명확히 해서 노조 쟁의행위 정당성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MBC본부 파업은 정당" 법원 판례에도 노동부 "불법파업" 주장

3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개혁위 'MBC 조사보고서'를 보면 노동부는 MBC와 언론노조 MBC본부가 2012년 파업 정당성을 두고 다툰 세 차례 소송에서 모두 MBC본부 손을 들어준 서울고등법원 판례 의미를 축소했다. 법원은 "2012년 파업의 주된 목적은 방송 공정성 보장에 있다"며 "방송사의 경우 방송 공정성이 근로조건과 연계된다"고 판시했다.

2016년 1월25일 "최승호·박성제는 증거 없이 해고됐다"는 백종문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자 MBC본부는 곧바로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그러자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는 'MBC 12년 파업 관련 소송 현황'(2016년 1월29일)과 'MBC 사건이 원심(서울고법) 확정될 경우 영향분석(2016년 2월1일)' 보고서를 통해 서울고등법원 판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개진했다. 권리분쟁 사항은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노동부는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되더라도 해당 사안으로만 한정하고, 권리분쟁을 쟁의행위 대상으로 보지 않는 기존 해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같은해 3월1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주재로 열린 'MBC 노사관계 관련 현안전검회의'에서는 MBC본부 파업을 아예 불법으로 규정했다. 당시 회의록에 "파업의 주된 목적이 공정방송 복원이라면 목적상 불법파업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노조의 특별근로감독요구와 관련해서는 "서울서부지청이 요건을 검토해 회신하고, 가급적 시간을 갖고 구두로 회신(한다)"고 결정했다. 지시는 충실히 이행됐다. 서울서부지청은 특별근로감독 요구 6개월 만인 2016년 7월14일 "감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 정기훈 기자

정권 바뀌자 "합법파업" 말 바꾸기

그랬던 노동부가 불과 1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꿨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6월1일 MBC본부가 사측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다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자 서울서부지청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6월29일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어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MBC 전·현직 고위 임원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해 9월4일부터 '경영진 퇴진'을 걸고 시작된 MBC본부 파업에서도 노동부는 1년 전과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놨다. 노동부는 'MBC 파업 및 부당노동행위' 문건에서 "금번 MBC 파업은 사장 퇴진뿐만 아니라 단협상 공정방송 조항 복원 등 그간 노사 간 단체교섭 사항들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어 불법파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특히 2012년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도 1심(2014년)과 2심(2015년)에서 일관되게 파업의 주된 목적이 방송 공정성이고, 공정방송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은 근로조건에 해당돼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다.

개혁위는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MBC 파업에 대한 법원 판결과 달리 MBC노조(본부)의 파업목적이 정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법파업으로 간주했고, 그 결과 사측의 부당징계 및 부당전보를 묵인해 사실상 노조파괴를 방조했다"며 "노동부가 공정방송 관련 노조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은 특별근로감독 미실시와 함께 MBC 노동쟁의 장기화에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철도노조 파업은?
법무부 "불법 규정 신중" 의견에도 노동부는 "불법파업"


노동부는 2016년 9월 코레일이 일방적인 이사회 의결로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며 철도노조가 벌인 파업도 MBC 파업과 비슷한 논리로 '불법파업'으로 만들었다. 개혁위 '철도공사 조사보고서'를 보면 노동부는 철도노조 쟁의행위를 "이사회 의결을 거친 성과연봉제 효력을 다툰다"는 이유로 권리분쟁으로 판단했다.

노동부는 코레일의 파업 정당성 관련 질의에 "노조의 실질적 파업목적이 교섭재개를 통한 개정된 보수규정 철회라면 이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개정된 보수규정의 효력을 부인하자는 것"이라며 "사법적 판단에 관한 것으로 목적상 정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파업 첫날 열린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회의'에서 "이번 파업 목적이 근로조건과 관련됐다고 볼 여지가 있어 목적의 불법성 여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파업의 목적상 정당성이 없다"며 불법파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개혁위 관계자는 "철도파업은 노사 당사자 간 임금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이고, 목적이 정당함에도 노동부는 권리분쟁으로 보고 파업목적이 불법이라고 단정했다"며 "철도공사의 대체인력 투입과 징계에 정당성을 부여해 헌법상 단결권 침해행위를 막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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