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고용정책 전문가로서 문재인 정부가 밑그림을 그려 놓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정교하게 추진해 나갈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노동적폐 청산이나 노조할 권리보장 같은 노동현안 해결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한다.

이재갑 후보자 '일자리 창출' 최우선 정책으로 꼽아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재갑 후보자에 대한 가장 큰 우려지점은 해결되지 않은 노동현안이 산적한데 이를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장관으로 취임하면 최우선 정책 추진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두 번째로 꼽은 것도 노동계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장관에 취임하면 가장 우선 추진할 정책 세 가지를 꼽아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 창출 문제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노동존중 사회가 두 번째 과제로 들어가야 하고 세 번째로는 이 문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 사회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연홍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안 그래도 정부 정책이 우경화되고 있는데, 장관 후보자가 일자리 창출만 강조하고 있다"며 "양적성장에 치중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노사정책실장으로 있던 2010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단시간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유연근무제 확산정책을 주도한 이력도 노동계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타임오프는 노동계가 꼽는 대표적인 악법이다. 유연근무제도 "질 나쁜 단시간 일자리만 양산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이재갑 내정자는 이명박 정권 말기 노동행정 퇴행에 직접 책임이 있다"며 "책상에 앉아 정권 입장에 맞는 정책을 실행하는 전형적인 관료"라고 비판한 이유다.

노동계·전문가 "노동현안 해결 의지 보여야"

일각에서는 이재갑 후보자에 대한 노동계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전문가는 "정책 우선순위나 속도조절이 있을 순 있어도 (장관) 혼자 거꾸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가 노동계 우려를 불식하려면 일자리 창출에 대한 비전뿐만 아니라 노동현안 해결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홍 사무부총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과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등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현대·기아자동차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명령 같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을 빨리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물론 노동시간단축 후속대책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적폐 청산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그래야 '노동은 없고 고용만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노동계와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힘들게 발을 들인 상황에서 이재갑 후보자가 과거 노동행정에서 해소했어야 할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노동현장과 교감할 수 있다"며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어떻게 추진할지 명확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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