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운전·열차 분야 직원 6천여명이 다음달 1일부터 휴일근무를 거부한다. 최근 코레일 경영진회의에서 교번 근무자들이 과도한 휴일근무수당을 받아 손실이 많다는 얘기가 오간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위원장 강철)는 “교번 근무자들은 부족한 인력 탓에 정상적인 열차운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휴일에도 출근해야만 했다”며 “경영진은 현실을 왜곡한 채 과도한 휴일수당으로 인건비를 축내는 사람 취급한다”고 반발했다.

정상운행 위해 휴일출근 했더니
인건비 축내는 사람 취급


노조는 30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 승무원들은 코레일이 문제 삼는 휴일근무수당을 받지 않기 위해 이제 휴일에 출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열차 파행운행의 책임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정부와 코레일이 져야 한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지난달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승무원(교번) 운용 개선 정책조정회의’를 열었다. 노조가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휴일수당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직원들이) 연차를 돌아가면서 사용하고 휴일 대체투입으로 막대한 휴일수당을 지급한다”거나 “연차수당보다 휴일수당이 더 많아 손실이다” “교번 분야 일부 소속의 비효율로 누수된 비용이 많다”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

철도 운전·열차 분야 승무원들은 열차운행 스케줄에 맞춰 근무하는 교번근무제를 적용받는다. 이들은 월 10회 휴무일이 있지만 2~6회는 휴일근무를 했다. 열차를 운행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달 10일 퇴근 후 심장마비로 숨진 일산승무사업소 소속 장아무개 조합원도 지난달 휴무를 5일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유영성 일산승무사업소 기관사는 “인력이 너무 적은 기형적 구조 탓에 쉴 수 있는 날이 적어 건강에 이상이 오는 게 느껴질 정도”라며 “코레일은 현실을 직시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열차 안전 지키고 청년일자리 만드는 투쟁”

강철 위원장은 “열차 시간에 맞춰 밤낮없이 불규칙한 근무를 하고 연간 2천160시간을 근무한 교번근무자들도 이제 휴일에 제대로 쉬고 인간답게 살겠다”며 “노조는 열차 안전과 노동자 안전을 지키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코레일은 2009년 5천115명을 감축했다. 이후 인력부족과 인건비 부족 문제가 반복됐다. 감축 전인 2008년 운행거리와 운영 역, 열차운행 횟수는 크게 늘었지만 유지·보수 인력과 역당·열차당 인력은 20% 이상 감축됐다.<표 참조>

이 같은 만성 인력부족 구조부터 개선하라는 게 노조 요구다. 노조는 코레일에 관리 인력을 현장인력으로 배치할 것과 인력 현황을 고려한 충원계획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코레일이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휴일근무 거부 투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김흥수 공공우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은 “인력을 충원하자고 하면 방만경영이라고 하는데 만약 열차사고가 나면 책임은 누가 질 거냐”며 “철도노동자 안전과 승객 안전을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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