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재갑(60·사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1983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마지막 차관직을 수행한 뒤 노동부를 떠나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대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내정자는 자타공인 '고용정책통'이다. 2007년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해 노사정책실장(2010년)과 고용정책실장(2011년)을 지내면서 노동부 핵심파트인 노사·고용정책을 두루 경험했는데, 이력은 고용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최근 악화하는 고용지표를 끌어올리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겠다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고용정책실 고용정책관이었던 2009년에는 5급 사무관을 포함한 노동부 직원이 뽑은 '노동부 베스트 리더'에 선정됐다. 직원들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업무를 원만하고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평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단행한 적폐청산 후폭풍이 노동부에도 세게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내정자 임명은 최근 전직 관료들의 검찰 수사와 문책성 인사로 어수선해진 내부를 정돈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한 '관리형 인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달리 말하면 "더 이상의 노동적폐 청산은 없다"는 얘기와도 같다. 과거 정권에서 자행된 노동부 행정에 대해 이 내정자가 개혁의 칼을 과감하게 들이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김영주 장관 지시로 발족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거센 내부 반발로 조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개혁위 조사 결과 확인된 삼성 불법파견 은폐 의혹이나 국민노총 지원 의혹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 내정자가 소신을 갖고 남은 과제를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노동계는 "부적절·부적합·무사안일 인사"(민주노총) 혹은 "노동정책 소신 추진 의문"(한국노총)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지금 노동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것은 노동적폐 청산, 국제노동기준에 걸맞은 노동법 전면 제·개정, 최저임금 제도개악 원상회복과 1만원 실현을 위한 소신과 뚝심 행보,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우향우 노동정책 후퇴에 대해 '노'라고 답할 수 있는 강단"이라며 "전통 관료 출신 인사가 노동개혁의 과제와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기업과 보수언론의 반발로 좌초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과연 그가 정부 노동정책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친정집의 과오에 대해 제대로 개혁의 칼을 들이대고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핵심파트너인 노동조합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한편 이 내정자는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고 각종 고용노동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그 어느 때보다 일자리 문제가 절실하고 국민 기대와 열망이 큰 만큼 모든 역량을 쏟아 해결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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