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삼안이 "단체협약으로 노조 가입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을 받고도 단협상 조합원 범위 규정을 근거로 노조위원장을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하지 않고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정이 나왔다.

지부장 근로시간면제자 인정 않고 급여 안 줘

경기지노위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


30일 건설기업노조 삼안지부에 따르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지부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삼안은 지난해 11월 이사대우 직급인 구태신씨가 지부장에 당선하자 "단체협약상 이사대우 이상 직위 노동자는 조합원 범위에 속하지 않고 노조전임자 자격도 없다"며 구씨를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하지 않고 교섭을 거부했다. 노조활동도 보장하지 않았다.

지부는 단체교섭 응낙 및 조합활동 보장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올해 5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근로자는 자유롭게 노조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며 구씨의 조합원 지위와 지부장 자격을 인정하고, 삼안은 지부와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 가처분 결정 후 삼안은 구씨를 지부장으로 인정하고 교섭은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협상 조합원 범위 규정을 이유로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하지 않고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경기지노위는 이를 노조법상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경기지노위는 "구씨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올해 5월부터 노조업무만 상시 전임하고 있다"며 "구씨가 단협 적용을 받지 않는 자라는 사유를 들어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법상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등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의 유지·관리 업무를 도모하기 위한 근로시간면제자 제도 취지와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경기지노위는 "단협에는 회사는 조합의 임원 간부 또는 조합원 중에서 조합대표가 추천하는 자를 조합활동에 전임함을 인정한다고 돼 있고, 근로시간면제 대상자는 조합이 통보한 바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노조는 조합원으로서 자격이 인정되는 구씨를 근로시간면제자로 회사에 지명·통보할 권한이 있고, 회사는 노조의 지명·통보를 따라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지노위는 또 삼안이 회사 6층 노조게시판을 철거하고 재설치하지 않은 것도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경기지노위는 구태신 지부장을 근로시간면제자로 인정하고 급여를 지급하며, 회사 내 노조게시판을 재설치하라고 주문했다.

삼안 "법적으로 검토하겠다"

한편 경기지노위 판정이 나오고 한 달이 지났는데도 회사는 구 지부장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노조게시판도 재설치하지 않았다. 구 지부장은 "지노위 판정 이후 근로시간면제자 급여 지급을 요구하니 회사가 '법적검토를 하겠다'며 급여지급에 대해 모르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 가처분 결정 이후 시작한 교섭도 조합원 가입범위를 둘러싸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부는 단협으로 노조 가입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에 근거해 단협에서 조합원 범위를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등기이사를 제외한 전 종업원을 가입대상으로 두자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구 지부장은 "문제 되는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단협을 맺자는 건 저 스스로 지부장을 포기하고 단협에서 배제되는 것을 인정하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라며 "회사는 노조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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