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최근 법원이 ‘노조파괴 전문가’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에게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의 재판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드러난 ‘노조파괴 컨설팅’의 면모는 참으로 경악할 만하다. 노조간부 해고, 일방적 구조조정 등으로 노조의 단체행동 유도, 공격적 직장폐쇄, 노조 내부의 반대파나 관리자를 동원해 복수노조 설립, 기존 노조 조합원에 대한 압박을 통한 노조파괴, 노조 어용화와 노조 간 갈등 유지 등 현행 노조법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파괴된 노조가 알려진 것만 14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런 ‘노조파괴 자문’이 위력을 떨치게 된 시기는 2010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강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악이 이뤄진 이후와 일치한다. 과거 독재정권은 복수노조 설립 자체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노조의 자유로운 조직을 방해했지만, 민주노총 결성과 1996~97년 총파업 이후 초기업 단위 복수노조 설립은 허용하게 된다. 하지만 97년 제정된 노조법 부칙에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강구”라는 덫을 심어 놓았고, 결국 2010년 1월1일 모든 노조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노조법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던 추미애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정부와 함께 노조법 개악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역을 담당했다.

“2010년 노조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설립이 자유로워졌다”는 주장은 실로 끔찍한 ‘가짜뉴스’에 다름 아니다. 2010년 이전에 이미 대법원 판례로 사업장 단위에서도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했다. 조직대상이 다르거나 조직형태가 다른 허다한 복수노조들이 사업장에 공존하면서 각각 단체교섭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창구단일화 절차가 강제되면서 오히려 단체교섭권을 빼앗기고 노조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다.

현행 노조법에서 사용자는 각각의 노조와 개별교섭을 할 수도 있고 창구단일화를 요구할 수도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반면 노조는 설령 다수노조이거나 유일노조인 경우에도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임을 인정받아야만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창구단일화 제도를 활용해 기존 노조 조합원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노조 내 반대파나 관리자를 동원해 2노조 설립을 지원하거나, 노조 간 차별을 통해 소수노조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는 분명 부당노동행위지만, 입증도 어렵고 설령 입증한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뿐이다.

심지어 창구단일화 절차는 복수노조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데 유용한 제도로 진화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나 해고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 대표자 자격에 의문이 있다는 구실로, 교섭요구 사실 공고부터 거부하는 식으로 단체교섭을 해태하는 회사가 수두룩하다.

창조컨설팅과 심종두는 현행 노조법의 이런 규정들을 십분 활용한 사례로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최근 발표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보고서만 봐도 창조컨설팅·김앤장 같은 민간 노조파괴 전문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 역시 창구단일화 제도를 활용해 노조파괴를 주도해 왔음이 확인됐다.

현행 창구단일화 제도는 노조 간 분열과 출혈적 경쟁을 감소시킨다든지 사업장 단위에 통일적 노동조건을 설정한다든지 하는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노조 존립에서부터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전반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쉽고 합법적으로 만들어 주는 기제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 현행 창구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헌법 33조1항)을 보장하는 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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