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법원 2013다85523 해고무효확인


1. 사실관계

원고는 2002년 11월1일 외환카드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전문직원으로 입사해 사무보조 업무를 담당했다. 2003년 11월1일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해 위 근로계약을 갱신했고, 이후 주식회사 하나은행(변경 전 상호 :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이하 ‘피고’라고 함)은 2004년 3월께 외환신용카드를 흡수합병하면서 원고의 고용을 승계했다. 2007년경까지 계약기간을 6개월·1년·1년·2개월·3개월로 각각 정하면서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피고는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계약직원 운용지침에 따른 종합평가점수를 근거로 원고가 계약갱신 및 해지운용안이 정한 종합평가점수 80점 미만인 직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2007년 9월30일자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이하 ‘1차 갱신거절’이라 함). 원고는 1차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구제판정을 받았고, 피고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재심이 기각됐다. 이에 피고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09년 12월24일 패소판결이 확정됐다.

위 소송 결과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 복직하면서 2009년 12월24일 피고와 계약기간을 2009년 12월24일부터 2010년 12월23일까지 1년, 2010년 12월24일부터 2011년 6월23일까지 6개월, 2011년 6월24일부터 2011년 9월23일까지 3개월로 정해 위 근로계약을 각 갱신했다(이하 갱신된 위 각 근로계약을 통칭해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함). 피고는 2011년 8월23일께 종합평가 결과를 근거로 원고에게 무기계약 근로자 선발 기준안에서 정한 최근 2회 종합평가점수 평균 82.5점 이하 직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1년 9월23일자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내용의 통보를 했다(이하 ‘이 사건 갱신거절’이라 함). 원고는 이 사건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기각됐다. 이에 원고가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이 1심을 취소하고 이 사건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취지로 판결하자 피고가 이에 상고했다.

2. 판결의 요지

원고가 기간제법이 시행된 2007년 7월1일부터 2011년 9월23일까지 2년을 초과해 피고 회사에서 계속근무함으로써 기간제법 4조2항에 의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에 해당하게 됐음에도 피고는 단순히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했는바 원고는 이는 부당해고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과 고용의 유연성을 조화하기 위한 것이니 이에 비춰 기간제법 4조2항은 사용자가 그 의사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위 2년에는 재판 등을 통해 부당해고를 다투고 있었던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간제법이 시행된 2007년 7월1일부터 근로계약 기간이 최종적으로 종료된 2011년 9월23일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친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을 통해 피고가 원고를 노동자로 계속 사용한 총 기간이 최소 2년에 달한다는 점에 관해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결국 쟁점은 피고의 1차 갱신거절에 의한 해고기간인 2007년 10월1일부터 2009년 12월23일까지의 기간 중 전부 또는 일부가 기간제법 4조에서 규정하는 ‘계속근로한 총 기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기간제 근로자 보호취지, 사용자의 부당갱신거절로 인한 효과 등을 고려하면 사용자의 부당한 갱신거절로 인해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도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존속하는 범위에서는 기간제법 4조2항에서 정한 2년의 사용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의 1차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원고의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1차 갱신거절 이후까지 존속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1차 갱신거절로 인해 원고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도 기간제법 4조2항의 사용제한기간 2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 최초 계약일인 2007년 7월1일부터 2년을 초과해 원고를 사용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갱신거절 당시 원고는 기간제법 4조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봐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한 이 사건 갱신거절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3. 판결의 의의 및 평가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기간제법 4조2항에서 정한 ‘2년의 사용제한기간’에 사용자의 부당한 갱신거절로 인해 노동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다.

가. 기간제법 해석 및 기간제법의 기간제 노동자 보호취지 측면

기간제법 4조1항은 일반적인 기간제 근로계약에 있어서는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2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 대상을 해당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달리 반복·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에 있어서는 “사용자는 그 계속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2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 대상을 기간제 근로계약 전체에 걸친 ‘총 기간’이 아니라 ‘계속근로한 총 기간’ 즉 ‘계속적으로 근로한’ ‘총 기간’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반복·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기간제 근로계약과 달리 사용자 입장에서 편의적 운영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에 대한 ‘사용기간’ 측면보다는 노동자 입장에서의 ‘계속적 근로’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복·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에서 그 사이에 공백기간이 존재하는 경우 사용자 입장에서는 실제 사용기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더라도 그 발생 경위, 기간의 장단, 해당 업무의 특성, 전후 근로계약의 동질성, 재계약에 대한 기대가능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춰 비록 그 공백기간 동안 실제 사용 또는 근로의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성이 있다고 평가될 경우 그 공백기간 역시 무기근로계약으로의 전환 요건인 2년 초과 사용(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나. 사용자의 부당갱신거절로 인한 효과 측면

대법원은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그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판결 등 참조)”고 판시했다. 부당하게 근로계약이 갱신거절된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가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는 위 판례의 취지에 비춰 보면 사용자의 부당한 갱신거절로 인해 노동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도 기간제법 4조2항에서 정한 2년의 사용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공백기간 발생이유 및 그 발생에 대한 책임관계의 측면

위 사건에서 피고는 해고무효확인 등 재판에 소요되는 통상의 기간을 고려할 때 재판이 확정될 무렵 또는 그 이전에 이미 2년의 사용제한기간을 초과하게 돼 무기근로계약으로 전환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바 ① 그와 같은 상황은 당초 부당한 해고 또는 갱신거절을 한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고 노동자에게 그 불이익을 돌릴 수 없는 점 ②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을 통한 무기근로계약으로의 전환에 대한 노동자 기대를 보호할 필요가 있고, 이를 회피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의 탈법행위는 억제돼야 한다는 점 ③ 사용자가 우려하는 위와 같은 상황은 기간제 노동자에게 ‘기간제 계약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발생 가능한 것인데 정당한 갱신기대권 인정요건에 비춰 해고기간을 2년의 사용제한기간에 포함시키더라도 사용자가 예측 불가능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볼 때 위와 같은 사정은 재판기간 중의 갱신 또는 해고기간을 기간제법상 2년의 사용제한기간 산정에서 제외할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해석 및 기간제법의 기간제 노동자 보호취지, 사용자의 부당갱신거절로 인한 효과, 공백기간의 발생이유 및 그 발생에 대한 책임관계의 측면 등을 고려한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기간제법을 악용해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갱신거절하는 관행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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