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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냉철하게 판을 따져 보자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본부 정책차장
▲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본부 정책차장

이번 국민연금 개혁 국면에서 진보진영이 쟁취해야 할 최우선 목표는 ‘국민연금을 토대로 공적영역에서 적정한 노후소득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을 통한 적정 노후소득을 국민에게 보장하고 △그에 상응하는 재정적 조치를 포함한 국가의 지급보장과 적정 부담수준을 제시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이 글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진보진영에서 고민해 볼 정치·사회적 조건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개혁 과정에서 의제범위가 너무 넓어지면 개혁이 어려워진다. 다층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이야기다. 4차 재정계산위원회 제도발전위원회에서도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다층 노후소득 보장을 통해 국민연금 부족분을 상쇄하자는 의견이 제안되기도 했다. 어떤 복지국가든 노후소득 보장을 다층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필자도 이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동의한다.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 다층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기초연금은 하위 70%에 한정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계돼 급여를 ‘줬다’가 생계급여만큼 도로 ‘뺏는’ 문제로 인해 절대빈곤의 일부 해소에만 기여하고 있다. 준공적연금인 퇴직연금은 아직도 일시금 수령이 대세이며 연금으로 지급되더라도 노동시장 내 중심부에만 혜택이 집중된다. 그래서 양대 노총도 각 제도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개혁을 수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국민연금을 다른 제도까지 엮어서 개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을 비롯한 실질적 급여상향을 위한 조치와 더불어 보험료율의 단계적 조정 △크레디트제도 및 보험료지원사업과 특수고용 노동자 사업장가입자 전환 등을 포함한 사각지대 해소조치 △기금운용체계 개편 같은 상당히 폭넓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국민연금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둘째, 명확한 정세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자. 여당은 소위 ‘지지율’을 의식해 국민연금 개혁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포인트’로만 여기며 제대로 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는다. 국정과제로 선정된 만큼 청와대 사회수석·사회정책비서관과 보건복지부가 힘을 합쳐 조직적 대응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 모두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경영계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연일 ‘기금고갈론’이라는 공포마케팅이 판을 치고, 이를 틈타 국민연금을 흔들려는 금융계의 상품마케팅까지 벌어지면서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어 민간연금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금융자본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우리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이런 정세에서 노동계는 개혁의 열쇠를 쥐고 판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야 한다. 여기부터는 학문적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다. 정치 영역이다. 제도개혁을 성공시켜야 하는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연금정치’라는 관점에서 전체 판을 따져 봐야 한다. 어떤 작가의 말처럼 협상을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100% 다 얻지 못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이기에 개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노동계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 그리고 ‘현재의 정세’라는 측면에서 다른 제도들도 이번에 전부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을 먼저 성공적으로 개혁해야 기초연금과 퇴직연금도 개혁동력 유지가 가능하다.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평가받는 특수직역연금은 지금이라도 모수개혁은 할 수 있겠지만, 국민연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져야 통합 등 구조개혁도 가능하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나아가 특수직역연금까지 같이 소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나, 한국 노사단체의 역량과 정세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개혁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엄연한 현실이자 제약조건이다.

지금 우리는 주저앉고 있는 국민연금을 빨리 일으켜 더 멀리 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 나은 국민연금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 논의에 모든 주체들이 무거운 사명감을 안고 함께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 노동계는 성공적인 연금정치를 통해 사회적 논의 과정을 책임 있게 주도하고 전 국민이 노후에 품위 있는 생활을 꿈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김정목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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