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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의 자유와 산별노조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노조할 자유에 관해 관심이 높은 오늘, 파업할 자유에 관해서는 관심이 높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삼성전자 등에서 사용자들이 자행해 온 노조할 자유를 침해한 부당노동행위에 관해서는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가입할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고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는 등으로 이제 이 나라에서 노조할 자유가 억압받고 있다고 감히 말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런데 임금·단체교섭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기임에도 노동자 파업에 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지 않다. 노조할 자유가 보장되기에, 그에 따라 당연히 노조의 파업도 자유롭게 행해지고 있어 특별히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폭발적으로 파업이 발생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예년에 비해 더 많은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파업을 둘러싸고 논란도 크지 않다. 해마다 임단투 시기면 어김없이 들었던, 노동자 파업을 불법이라며 엄단하겠다는 관계기관의 엄포조차 올해는 듣기 어려웠다. 그러니 현상으로만 보자면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은 노조할 자유를 보장받고, 파업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야흐로 이대로 천하는 태평한 것인가. 노동자 파업이 관심을 끌지 않을 만큼 파업의 자유가 당연히 보장된 세상이란 말인가.

2. 대한민국에서 산별노조는 노조 조직형태에서 더는 신규아이템이 아니다. 이미 조합원수로 보자면 지배적인 조직형태가 됐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총연합단체의 주요 산하단체로서 지위를 차지하고, 노조활동을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노조할 자유는 산별노조할 자유로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 파업도 많은 경우 산별노조를 통한 파업권 행사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기에 파업의 자유도 산별노조에서의 논의로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산별노조를 제외하고서 파업의 자유를 온전히 말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 나라에서 법률이 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를 특별히 취급하지는 않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노조할 자유, 파업의 자유를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법률은 기업별노조에 대해 산별노조를 구분해서 달리 파업의 자유 행사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굳이 산별노조에서 파업의 자유에 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사업장을 조직대상으로 하지 않고, 초기업단위로 조직된 산별노조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그 조직형태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현행 법률이 기업별노조를 전제로 해서 입법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다. 오랜 기간 이 나라에서 기업별노조로 전개돼 왔기에 법률의 해석·집행은 그에 대한 것으로 굳어져 왔다. 그래서 산별노조에서 파업의 자유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000년대 초부터 산별노조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따른 법적 문제들도 발생했다. 그에 대한 법원의 판결들도 있었다. 산별노조는 아니지만 지역노조인 군산 대우자동차협력업체노조 펠저지부에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에서 파업권 행사에 대해 찬반투표 범위를 둘러싸고 문제가 돼 검사는 노조법상 쟁의행위 찬반투표 위반이이서 불법파업이라며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다행히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산별노조에서 파업권 행사가 기업별노조와는 다른 문제가 있다는 걸 분명히 보여 줬다. 산별노조에서 파업은 파업의 주체, 상대방, 목적 내지 대상, 절차 등에서 하나의 사업장에서 행해지는 기업별노조와는 달리 전개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법적 논의도 종전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얼마나 치열하게 논의해 왔던 것일까. 천하가 태평하도록 논의해 왔던 것은 아니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자 파업에 관해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은 산별노조 등에서 파업의 자유가 온전히 행사될 수 있도록 치열한 논의를 통해 법을 해석·집행해서라고 나는 감히 말하지 못한다.

3. 오늘 노동자 파업에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노동자가 파업의 자유를 누리고 있기 때문일까. 파업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으로 보자면 노동자는 파업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여길 만하다. 분명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불법파업, 엄정한 법 집행 운운하면서 대응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니 이제 우리 노동자는 파업의 자유를 누리게 됐다고 만세를 불러야 하는 것인가. 노동자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짓던 법률은 그대로고, 그 법률을 집행하는 법원 판례도 변경되지 않았다. 도대체 법은 노동자 파업에 대한 태도를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노조법은 노조의 파업을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으로 제한·금지하고,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를 위반한 파업은 여전히 불법이고, 처벌까지 받는다.

노동자도 자유의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래서 계약의 자유를 보장받는다고, 천부의 인권을 보장받았노라고 선언된 인간으로 노동자는 자유의 계약을 체결했다. 근로계약이 그것이다.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겠노라고 계약을 체결하고서 인간에서 노동자가 됐다. 그런데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라도 노예가 아닌 자유의 인간여야 했다. 근로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의 인간이어야 했다.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계약의 불이행 말고 국가권력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근대의 세상은 노동자를 자유 없는 노예로 취급했다. 근로를 제공하지 않을 자유를 빼앗았다. 단순히 근로 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을 국가·법은 불법으로 규정짓고 민형사 책임을 부과했다. 노동자의 계약 불이행을 국가가 불법으로 엄단했다. 노동기본권·노동법의 역사는 이를 극복하고서 노동자에게 자유를 확인해 왔다. 쟁의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의 면책 법리를 통해서 파업은 노동자의 자유로 선언됐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자유의 인간이 아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노동자는 자유 없는 노예일 뿐이다. 주체, 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으로 제한·금지되는 법률을 통해서 파업은 예외적으로만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노동자·노조 스스로 사용자와 합의해 빼앗긴 자유도 아니다. 국가 대한민국이 법률로 노동자 일반에 대해 자유를 빼앗았다. 단순히 근로 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이 불법이 돼서 처벌되고 해고·징계·손해배상 등 책임을 지게 된다.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법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국가가 법률로 규정짓고서 강제하는 것이니 도대체 노동자는 자유의 인간이 아닌 것이다. 노동자 파업을 불법 운운하지 않는, 이 태평한 문재인 정부의 법률은 여전히 노동자를 자유의 인간으로 선언하고 있지 않다. 단지 오늘은 노동자에게 관대하게도 그 법을 엄정한 집행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4. 사실 그 단순하지 않은 조직형태로 인해 산별노조는 파업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법적 규제가 없어도 규약 등 내부의 조직체계 및 절차 등의 문제로 산별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기업별노조에 비해 어렵다. 특히 상하의 조직 내부갈등이 있기라도 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지부·지회·분회 등 사업장단위 조직이 산별노조 중앙의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발생할 문제는 대외적 책임과 연결돼 논의될 수 있고, 이때 산별노조에서 파업의 자유를 둘러싸고 심각한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그러니 오늘 이 나라에서 산별노조가 파업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노조법 등 법률 및 그 해석뿐만 아니라 규약 등 내부의 조직체계 및 절차 등까지도 살펴야 한다. 과거 금속노조에서 강원산업 등에서 단체교섭 및 체결권을 둘러싼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규약 등 산별노조의 내부 문제는 단결의 의지로 스스로의 노력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파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다. 파업의 자유를 빼앗는 노조법을 그대로 두고서 권력의 관용으로 보장받는 파업의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노동자의 자유를 부정하는 법을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자의 자유를 비난하는 노조법을 행동으로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노동자가 자유의 인간으로 서는 길이다. 그런데 오늘은 자유 없이 태평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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