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남동발전 여수화력발전소 앞에서 사측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소에서 정비·운전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들이 임금·단체협상 결렬로 쟁의조정을 신청했더니 사측이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100%로 산정해 노동위원회에 결정을 신청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42조의4(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 결정)에 따르면 노동관계 당사자 쌍방 또는 일방은 필수유지업무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을 때 노동위에 필수유지업무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 대상직무 및 필요인원의 결정을 신청해야 한다.

사측 주장은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인원이 하청노동자 전부라는 얘기다. 과거 정권의 정책으로 외주화돼 민간업체에서 일하는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노동 3권이 지나치게 제약당한다는 비판이 높다.

매출이익 26% 올라도 실질임금 삭감, 교섭에선 ‘배 째라’

공공운수노조는 27일 “사측이 배 째라 식으로 교섭을 하는 데다 실질임금이 줄어들어도 파업권이 없어 회사를 압박할 수단이 없다”며 “발전소 운전·정비업무가 생명·안전업무이고 필수유지업무라면 발전사에서 직접고용하고 그게 아니면 노동 3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2011년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 자회사로 설립된 한국발전기술은 3년 뒤 민간에 매각됐다. 그동안 회사는 직원들에게 등급을 매겨 연봉을 조정했다. 등급별 분포 비율은 매년 경영진이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가 설립됐다. 전체 직원 700여명 중 400여명이 지부 조합원이다. 지부는 사측에 기본급 22만4천원 인상과 각종 수당 신설을 요구했다. 사측은 수당 신설을 거부하고 임금동결을 제시했다.

지부는 “회사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이익이 26%나 증가했지만 직원 55%는 사실상 임금이 동결됐고, 20%는 실질임금이 삭감됐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S등급을 받은 직원(10%)은 임금이 5% 올랐다. A등급을 받은 직원 15%는 4%, B등급 직원 55%는 2% 인상됐다. 지난해 통계청 물가인상률은 1.9%였다. 2% 인상된 B등급 직원은 임금이 동결된 셈이다. 1%를 인상한 C등급(15%)과 동결한 D등급(5%) 직원들의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노사는 올해 3월부터 20여 차례 임단협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부는 이달 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그런데 사측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태안·영동·영흥·삼천포·분당·여수·안산·포승사업소에서 관리인력 소수를 제외한 운전·정비인력 100%를 필수유지인원으로 결정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접수했다.

필수유지업무에 발목 잡힌 하청노동자 노동권

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발전설비 운전·정비 업무는 필수유지업무다. 필요 인원은 노사가 정하되 합의되지 않으면 노동위가 결정한다. 노동위 결정이 나올 때까지 발전소 하청노동자 쟁의권은 제약된다. 홍석광 지부 사무국장은 “수개월 동안 협상을 해도 온전한 파업권이 없기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원청 발전사가 필수유지업무 해당 여부를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꿔 답답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발전 5사가 "발전소 운전·정비업무는 생명·안전업무가 아니다"고 주장하자 노조는 이달 22일 고용노동부에 생명·안전업무 기준이 무엇인지를 공개질의했다. 아직까지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박준선 노조 조직국장은 “노조를 만들어도 필수유지업무 제약 탓에 제대로 된 교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발전소 노사관계를 수수방관하는 노동부 책임이 크다”며 “노동부는 발전설비 운전·정비 업무를 생명·안전업무로 판단해 직접고용하도록 하든가, 필수유지업무에서 하청노동자들을 제외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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