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다음달 3차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다. 꽁꽁 얼었던 남북관계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선언으로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을 알렸다. 남북 노동자들은 지난 11일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로 한반도 평화시대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 열린 첫 민간교류였던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쏟은 공동사무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재석(53·사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판문점선언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사무국 상황실장을 맡아 실무를 총괄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권재석 본부장을 만났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뒷이야기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동계 과제를 들었다.

-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막을 내렸다. 실무진으로 큰 대회를 치렀는데, 소회를 말해 달라.

“태풍이 지나간 것 같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 첫 민간교류였기에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임했다. 양대 노총이 공동사무국을 구성해 5주 만에 행사를 개최했다. 목표했던 3만5천명 수준의 관객은 아니었지만 3만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공동사무국 구성원들과 통일축구 서울시민 서포터즈, 스태프가 있었기에 별다른 실수 없이 큰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 판문점선언 이후 민간교류를 남북 노동계가 만들어 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정부 주도 남북관계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민간이 각각 한 축을 담당해 남북관계를 풀어 나가야 한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 주축인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서울시민이 함께 민간교류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계기로 민간교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전교조와 양대 노총 제조연대가 북측 교원단체·제조단체와 교류를 추진 중이다. 크고 작은 민족행사가 남북 공동주최로 열리지 않겠나.”

- 행사 준비 과정에서 여러 일이 있었을 텐데.

“통일축구 서울시민 서포터즈에 97세 할아버지께서 참가를 신청했다. 월남하신 분이었다. 고령인 데다 날씨가 너무 더울 때라 ‘괜찮으시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손자가 ‘언제 돌아가실 지 모르는데, 할아버지 마지막 소원’이라며 서포터즈를 신청했다. 안타깝게도 대회 이틀 전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서포터즈로 활동하지 못했지만 남과 북 노동자가 통일을 향해 함께 달린 것을 기뻐하셨을 것이다.”

- 1999년 평양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처음 열린 이후 네 번째 대회였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15년 대회 때 슬로건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였다. 슬로건에 담긴 의미가 굉장히 추상적이었다. 올해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였다. 중단 없는 판문점선언 실천의지를 담았다. 행사를 마치며 대북제재에 걸리지 않는 선물을 여러 개 준비했는데, 북측 대표단이 세 개만 가져갔다. 남북노동자 3단체 대표가 사인한 축구공과 한국노총이 준비한 ‘판문점선언 이행’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액자, 행사기간에 찍은 사진 앨범이다. 북측 대표단이 여러 선물 중 액자를 선택한 것을 보며 남북노동자 3단체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연대·협력하자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 남북노동자 3단체가 ‘남북노동자대표자회의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남북노동자 3단체가 걸어갈 비전을 공동합의문에 담았다. 3단체는 4·27 판문점선언을 자주와 통일,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로 가는 이정표로 삼고 선언 이행을 위해 모든 노력과 실천을 다하기로 했다.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를 개최하고 판문점선언을 강령화하는 한편 산업별·지역별 대표자회의를 열어 명실공히 노동자통일운동 중심체로 나아가기로 했다.”

- 한국노총 차원에서는 어떤 활동을 해 나갈 것인가.

“통일은 한순간에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국민 생각과 의지를 담아 한 발짝씩 나아가야 한다. 한국노총은 통일위원회를 강화하고 통일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29일에는 통일정세와 전망을 주제로 전 간부 교육을 한다. 대외적인 행사도 중요하지만 노동계가 통일운동 주체로 서기 위한 조합원 설득과 교육을 먼저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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