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자회사를 설립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반발하는 용역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연대노조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업체일 뿐”이라며 “자회사 전환을 중단하고 직접고용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울산항만공사·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노동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화하기로 결정했거나 추진하는 기관들이다. 노조는 “노조 산하에 자회사를 두고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사업장은 20개를 훌쩍 넘는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열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 대상 용역노동자는 경비·환경미화·조리·사무보조 등 2천여명이다. 배재환 노조 서울경기지부 기업은행지회장은 “노동자대표 선정이 불합리하게 이뤄진 탓에 용역업체 관리자들이 노·사·전문가협의회 노동자대표로 선정됐다”며 “기업은행은 시작부터 잘못된 협의기구를 바탕으로 자회사 설립을 사실상 강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산관리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에 노동자대표로 참여하는 권오석씨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발표했을 때 처음에는 환호했는데, 지금 자산관리공사는 협의회에서 자회사 방식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과거에 양반과 상놈이 있었다면 현대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이 있다”며 “다음 세대에는 이런 신분제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산관리공사가 전환 대상으로 밝힌 용역노동자는 청소·시설관리·경비·콜센터 노동자 740여명이다. 협의회는 올해 5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자회사는 모회사에 비용의 전부를 기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용역회사”라며 “자회사를 설립하면 모회사 정규직과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정부는 정규직 전환 본래 취지에 맞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직접고용이 되도록 공공기관을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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