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윤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 후 8개월이 지나도록 단 하나의 조항에도 합의하지 않고 교섭위원들에 대한 각종 부당한 인사발령을 행한 사업장이 있다. 깊은 풍미의 트렌디한 치킨을 만드는, 그러나 노조에 대해서는 구시대적 태도를 보이는 치킨업체 BHC다.

BHC노조는 지난해 11월23일 설립됐다. 설립 동기·목적은 △회사 매각시 고용안정 △치솟는 영업이익에 비해 제자리걸음인 임금 상승 △프랜차이즈업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정당하고 상식적인 요구를 한 결과 BHC노조는 BHC의 비상식적인 탄압에 직면했고, 2018년 8월13일부터 아침마다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게 됐다.

구체적인 탄압 내용은 이렇다. BHC노조 사무국장이자 교섭위원은 단체교섭이 시작된 직후 갑자기 서울 본사에서 강원도 원주로 전직됐다. 노동위원회 화해절차로 본사로 발령됐으나 올해 7월30일 다시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다. BHC노조 교육국장이자 역시 교섭위원인 노동자는 노조 설립 후 프랜차이즈 종사자들의 친목 카톡방에 노조설립을 홍보하고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를 올렸다는 이유로 3개월 감봉처분을 받았다. 노동위원회 화해절차로 경고로 감경됐으나 7월30일 갑자기 해외 지사장으로 발령됐다.

BHC노조 설립 멤버이자 교섭위원이었던 사람은 단체교섭이 시작된 직후 기존 팀장업무를 동일하게 수행함에도 직책이 이사로 변경됐다. 8월13일에는 업무범위가 BHC그룹 내 폐점이 줄줄이 이어지고 성과를 내기 가장 어려운 브랜드 담당업무로 축소됐다. 이사로 승진하면서 계약기간이 1년으로 설정돼 성과를 내지 않으면 이를 빌미로 계약해지될 가능성이 커져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교섭위원 3명에 대한 불이익한 인사처분은 누가 봐도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활발한 조합활동과 법적 문제제기에 대한 치졸한 탄압이다. 정권이 바뀌어 노조활동하기 나아졌다고 누가 그랬는지. 자본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무시·억압하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부당한 처우를 감수하고 노조활동을 해야 하는, 노조하기 힘든 세상이다.

이외에도 BHC는 노조설립 후 각 지방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해 조합활동을 감시하려 했다(노동부 진정으로 철회). 정당한 이유 없이 조합원 가입범위를 문제 삼으며 교섭을 질질 끌고 노조원활동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하고(소송에서 조합원 자격에 문제 없음이 인정됨) 노조의 정당한 언론활동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치킨 메뉴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

BHC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용자들이 그렇듯 사업장 내 노조설립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노조의 언론활동과 관련해 "이 회사가 앞으로 펀드나 어디든 매각될 텐데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면 누가 사겠냐"는 BHC 대표이사 발언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원래 또 다른 치킨업체인 BBQ와 한뿌리였던 BHC는 2013년 한 차례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TRG)에 매각됐는데, 지난해부터 재매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BHC는 노조활동이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자본이 회사 매각으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들의 헌법상 권리인 노동 3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BHC는 지난해 매출액 2천391억원에 영업이익 648억원을 달성해 치킨업계 상위의 영업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 덕분에 회사 규모가 커졌는데도 회사는 외국계 자본 배당과 경영진 이익으로 빼돌릴 뿐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 매각을 위해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회사에서 만든 맛있는 치킨을 먹기 위해 뿌링뿌링 소스에 주문을 걸어 본다. "BHC는 조합원들에 대한 부당 인사처분을 중지하라." 중지하지 않는다고 해도 노조는 끝까지 싸워 권리를 찾을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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