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6개월 만에 병원내 괴롭힘과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선욱 간호사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서울아산병원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병원측은 최근 신규간호사 채용면접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와 관련한 질의를 해서 물의를 빚더니 이번에는 야간에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환자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신발 대신 수면양말을 신고 일하라"고 지시해 빈축을 사고 있다.

16일 행동하는 간호사회에 따르면 병원측은 지난달 초 간호사에게 신발 대신 수면양말을 신고 일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서울아산병원 인터넷 직원용 내부게시판에는 "병원의 팀장급 관리자가 밤 시간에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수면양말을 직접 나눠 줬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나이트 라운딩시 소리에 예민한 1~2인실 환자들이 컴플레인 하면 (중략) 수면양말에 슈커버까지 덮어쓰고 병실에 들어가라는 관리자 지시를 받았을 때 헛웃음과 전문직 간호사로서 회의감이 들어군요"라는 내용이다.

병원측은 이와 관련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직접 낸 아이디어 중 하나일뿐"이라며 "수면양말을 구입한 것은 맞지만 현실적 문제로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환자들의 불편은 당연히 해소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야간근무를 하는 간호사에게 수면양말만 신고 일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며 "간호사에게 필요한 것은 수면양말이 아니라 열악한 야간근무환경 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동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대책위는 이날 고인의 죽음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병원의 구조적 병폐와 권위적 조직문화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병원측은 국내 최대 규모 로펌 변호사를 대동해 유족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에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한 지 6개월 만인 올해 2월 설연휴 병원 근처 숙소에서 투신했다. 고인은 병원의 과중한 업무와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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