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가 16일 서울역 앞에서 코레일의 비정규 노동자 직접고용과 정부의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엔 코레일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승무원과 역무원, 콜센터 상담사, 차량관리사 등 4개 직종의 직원들이 참가했다.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정기훈 기자>
“정규직과 계약직, 외주직원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에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지만 보수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2006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작성한 ‘인력운영 합리화 방안’ 문건이다. 코레일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거나 철도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외주화된 노동자들은 "원청이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했다.

“민영화·외주화 중단, 실천으로 증명해야”

근무복을 입은 KTX 승무원과 역무원, 차량기지에서 입환을 하는 노동자들이 16일 서울역광장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진짜 사장 코레일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철도노조(위원장 강철)는 같은날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 정부는 철도 본연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외주화해 사실상 분할 민영화를 추진했다”며 “자회사로 외주화한 철도 본연업무를 코레일이 책임지고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2006년 당시 ‘인력운영 합리화 방안’ 문건에서 전략과제로 계약직 외주 확대와 광역전철역 위탁 확대를 전략과제로 내세웠다. 이후 확대된 외주·위탁 노동자들이 이날 청와대 행진에 참여해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강철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을 얘기했지만 철도에서는 1천400명만 직접고용을 확정했을 뿐 나머지 7천500명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있다”며 “민영화·외주화 중단을 말로만 하지 말고 구체적 실천으로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올해 6월27일 코레일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는 철도 차량정비·스크린도어 유지보수·선로 보수 등 8개 직무 간접고용 노동자 1천432명을 올해 10월부터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이들 업무는 국민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노·사·전문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로지스의 열차승무와 역무·입환업무에 대해서는 생명·안전업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전문가가 실사를 통해 ‘조정안’을 내면 노사가 이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전문가 조정안은 이달 24일 나온다.

“전문가가 사용자 눈치 보고 직접고용 외면하면 직무유기”

직접고용 인원을 줄이기를 원하는 원청의 입김이 전문가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사용자가 직접고용을 반대하더라도 전문가들이 직접고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용자를 설득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용자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전문가로서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청와대까지 행진한 자회사 노동자들은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문재인 정부가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면 외주화된 철도업무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코레일이 자회사 고용을 남발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왜곡하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재유 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철도산업 본연의 업무는 생명·안전업무일 수밖에 없다”며 “비용 말고는 전혀 외주화할 필요가 없었던 업무를 외주화한 지난 정부의 과오를 문재인 정부가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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