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장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런데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의료 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에서는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병원 하청노동자들은 “1년 동안 희망고문을 당했는데, 정규직이 되기는 되는 거냐”고 묻는다. 최근 일부 원청 병원들은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병원 하청노동자들이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와 정규직 전환 방향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서울의료원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출연기관이다. 서울시는 2012년 시 산하 기관에서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서울의료원에는 152명의 비정규직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52명만이 전환될 수 있었다. 그것도 일하던 사람들이 전환된 것이 아니라 공개채용을 통해 모집한 새로운 사람들이었다.

공개채용 절차는 허울뿐이었고 병원 직원의 부인이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입사해 전환되거나 한 달 전 계약직으로 입사한 사람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등 채용비리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그전까지 열심히 일한 비정규 노동자들은 대부분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 5월31일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에 지자체 소속 지방의료원이 포함된다. 서울의료원은 6월18일 정규직 전환 합의서를 발표하면서 2017년 서울의료원 이사회에 따라 확보된 전환대상 인력 중 2018년 5월31일 정규직 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인력에 한정한다고 했다. 당사자들과 논의 없이 전환과 관련한 내용들을 확정해 버렸다. 전환심의위원회는 형식적인 절차를 위해 열었을 뿐이다.

비정규직 203명 중 36명만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됐다. 4분의 3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했다. 병원은 전문직이어서, 고령자여서, 일시·간헐업무라서, 사업완료예정이어서 제외시켰다고 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구조사·사회복지사 등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한 다수의 직원들이 별의별 이유로 제외됐다. 결국 36명만 살아남았다.

하청·외주용역도 마찬가지다. 122명이 일하는 것으로 노동조합은 확인하고 있지만 의료원은 정부에 87명뿐이라고 보고했다. 의료원은 올해 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2단계 가이드라인이 곧 발표될 것을 알면서도 단기계약이 아닌 1년, 2년 단위의 용역계약을 진행하면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렸다.

2012년부터 엉망으로 진행된 정규직화로 인해 서울의료원에서는 매년 90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계약만료로 해고되고, 그 자리는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의료원에서 장애인 고용으로 일했던 한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 뉴스를 보면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선천적 장애인으로 태어나 고되고 힘들게 살았지만 나도 이제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의 불빛을 봤다고 했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일했던 그 노동자 역시 해고통보를 받았다. 2년을 일했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는커녕 해고통보를 받았다. 그는 기간제와 무기계약직 사이에 냇물이 흐른다고 비유하면서 선천적 장애인도 그 냇물을 건널 수 있게 서울시에서 돌다리를 놔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공정한 절차를 이야기하며 공개채용 절차를 내세워 일하던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단지 서울의료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의료원은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희망과 절망을 순식간에 오가는 당사자들 앞에서 너무나 뻔뻔하게 나올 뿐이다. 서울의료원은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일해 왔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당사자들의 요구를 듣는 것에서부터 정규직화의 시작을 다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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