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1.21 수 15:00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연재
[연속기고-병원 비정규직이 말하는 정규직 전환 ②] “청소노동자도 정규직으로 떳떳하게 일하고 싶어요”박일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민들레분회장
▲ 박일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민들레분회장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런데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의료 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에서는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병원 하청노동자들은 “1년 동안 희망고문을 당했는데, 정규직이 되기는 되는 거냐”고 묻는다. 최근 일부 원청 병원들은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병원 하청노동자들이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와 정규직 전환 방향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저는 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는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입니다.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먹고살겠지’라고 생각했고 정규직이 된다는 생각은 꿈도 꿔 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국립대병원에서 정규직이 된다는 것은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일만 했지 꿈도, 비전도 없이 지냈습니다.

입사해서 처음으로 일한 곳은 수술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를 세척하는 일을 했습니다. 정규직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하는데, 저는 비정규직이라 정규직 월급의 반도 못되는 급여를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수당과 복지 혜택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았을 때 자존심이 상하고 차별받는 생각에 얼마나 서러웠는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열심히 일해도 전 항상 그 자리. 참 서글펐지요.

그러던 중 정부가 바뀌고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더군요. 비정규직인 우리들은 큰 기대와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났지만 병원은 노사협의체 구성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떨 땐 놀림당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에 대해 가이드라인도 내고 뉴스에도 많이 나왔는데. 마치 우는 아이 달래기 위해 어른들이 사탕을 주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습니다.

그래도 더러워서 정규직 안 한다는 사람은 없어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내 일만 열심히 하고 살고 싶습니다. 소장은 인사를 해도 무시하고 기분에 따라 맘대로입니다. 연차를 사용할 때 사람 없다고 짜증을 부리며 안 된다고 하더니, 사용하겠다던 날짜가 다가오면 선심 쓰듯 놀라고 합니다. 연차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받은 내 권리인데도 어렵고 두렵습니다. 참 이럴 때 속상하지요.

그래도 노동조합이 있어 작은 것이지만 성취했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희망 없이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았는데, 내 말을 누가 들어주는 것 같고 현장이 바뀌니까요. 파업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했을 때 내 현장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항상 밥도 잘 못 먹고 일했는데 이제는 막 쫓기듯이 일하지는 않습니다. 용역회사에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을 때 사람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뻤지요.

물론 노조 하면서 단점도 있었죠. 비조합원들처럼 사장이 오면 술 얻어먹고 밥 얻어먹는 건 없어졌죠. 집회나 파업을 한다고 일당을 못 받은 적도 있어요. 일이 고돼서 정말 피곤한데도 투쟁을 했죠. 비조합원들은 우리를 보면서 멍청이라고 비웃었죠. 근데 이게 올바른 일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했거든요.

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편하게 쉬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 안 합니다. 대신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일할 수 있고 내 권리를 당당하게 챙길 수 있겠죠. 정규직이라고 별다르겠어요. 덜 무시당하고 당당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정규직이 돼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병원측이 빠른 시일 안에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우리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을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어요. 비정규직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대통령도 비정규직 없애자고 하는 거잖아요.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좋은 세상이지요.

병원의 한 구성원으로서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던 차별 없이 정규직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병원 직원으로서 일해야지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도 가정의 가장이자,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돼서 휴가를 받고 가족여행도 가고 회식도 해 보고 싶습니다.

요즘에 어떻게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지만 고민합니다. 가만히 있어서 됩니까. 역시 투쟁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부도 저러고 있는데. 더 떠들고 싸워서 정규직으로 가야지요.

박일순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일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직접고용 2018-08-14 13:39:48

    무조건 자회사 설립 문제입니다

    많은 동의와 전파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24969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216315   삭제

    • Cjdtjrrhf 2018-08-14 12:29:30

      비정규직은 인간답게 살지못하나요?
      제발 그런 직장이라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