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8.17 금 17:34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영민의 청년노동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이 주는 허탈함
   
▲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2019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3일 고용노동부가 2019년 최저임금을 8천350원으로 최종 확정해 고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여기에 반발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결성하고 29일 총궐기를 예고했다. 9일부터는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영세 자영업자의 경제적 처지는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 대형 프랜차이즈 성장, 젠트리피케이션까지 영세 자영업자 문제는 한국 경제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하필 최저임금을 두고 소상공인의 집단행동이 벌어지는 것은 매우 서글픈 일이다.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그럴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취약계층 중 하나인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을 이야기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숙박음식업 최저임금 미만율이 34%였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32%였다. 최저임금이 그동안 올라서 못 지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0년 최저임금 미만율도 숙박음식업 31%, 5인 미만 사업장 27%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청년유니온이 2010년 출범한 직후 전국 427개 편의점을 조사한 '전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66%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2010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4천110원을 못 받고 있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80% 이상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시급을 받았다. 지난해 청년유니온 지역지부에서 진행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광주에서는 64%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고 있었다. 경남 창원에서는 43%가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80%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지도를 생각해 보면 최저임금이 과거보다 잘 지켜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법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무력화되고 있는데, 법을 위반하겠다는 말은 허탈하기까지 하다. 최저임금 불이행 선언과 함께 ‘노사 자율협약’ 표준근로계약서를 보급하겠다고 나선 것도 황당하다. 누구와 논의해서 ‘노사 자율’인가 싶으면서도 근로계약서를 안 쓰는 경우가 다반사인 현실을 감안하면 어떤 형태라도 근로계약서를 쓰기라도 하면 좀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감정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청년이 조금이라도 많아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노동청에 신고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주와의 분쟁 과정에서 드는 갈등과 비용을 보지 못하는 단순한 판단이다. 임금 체불이 소액이라면 신고조차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재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비록 뒤죽박죽이었지만 PC방·편의점·슈퍼마켓·주유소·이용업 및 미용업·일반음식점·택시업·경비업 등 8개 업종을 지정해 제시라도 했지만, 올해는 미만율이 평균 이상인 업종 중에서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 및 부가가치 미만인 업종에 차등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부였다. 최저임금을 받는 거의 모든 노동자가 포함될 수 있는데도 근거자료가 매우 부실하다. 5인 미만 차등적용 주장도 다르지 않다. 근로기준법 대부분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차등해서 적용한다면 도대체 어떤 노동법으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들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다룬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인 편의점에 대해서도 본사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음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장에 공급하는 상품을 선택하거나 영업시간을 일시적으로라도 조정하는 권한은 본사가 가지면서도 계약기간에 대한 위약금이나 근태관리는 점주에게 떠넘긴다. 그러한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을들의 싸움’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취업자 넷 중 하나가 자영업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은 기업과 노동으로만 분류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독자적인 산업정책 영역”이라는 말처럼, 한국의 열악한 사회정책·고용정책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고령화 시대에 조기퇴직으로 자영업 창업에 내몰리지 않는 사회정책, 중장년층이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고용정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한국 사회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도 그 과정에서 길을 찾을 수 있어야만 한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김영민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민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오선환 2018-08-10 20:13:11

    절대적으로 지지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삭제

    • dummy 2018-08-10 09:18:39

      어차피 80프로 안지켜진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잇지요
      일본만해도 일년에 3프로 올립니다.
      2년 안에 30프로 올리는 건 무리엿고 국민소득으로 볼때 미국 일본 선진국보다 높은건 문제....주휴수당은 세계적으로 없는 제도니 없어져야 맞습니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