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과 산하 지부 대표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산별임단투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다음달 중순 총파업을 예고한 금융노조(위원장 허권)가 "은행원 초과노동을 해소하면 2만9천명 신규채용이 가능하다"며 사용자들에게 장시간 노동 근절을 요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사용자에 편향된 노동정책이 바뀌지 않아 금융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노조회의실에서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 최대 실적의 그늘에서 살인적인 실적 압박과 장시간 노동에 신음하는 금융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총력투쟁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금융노동자 주 52.4시간, 연간 2천700시간 이상 일해

이날 기자회견은 올해 금융산업 산별중앙교섭에서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을 설명하고 총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밝히는 순서로 진행됐다. 노조는 산별교섭 결렬 후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과정에서 임금인상과 임금피크 개선 관련 중앙노동위 잠정 조정안을 수용했다. 3.7%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중앙노동위 조정안인 2.6%를 받아들였다. 임금피크 적용 연령을 현행보다 2년 연장하는 조정안에도 동의했다. 반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중앙노동위 조정안을 거부했다.

노사는 과당경쟁 철폐·노동시간단축·노동이사제 도입·국책금융기관 노동 3권 보장·저임금직군 처우개선 등 5가지 핵심 요구안에 대해 한 치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유주선 노조 사무총장은 "장시간 노동은 신규인력을 창출하거나 과당경쟁을 멈추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 요구안은 한 몸"이라며 "총파업 투쟁으로 금융권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1주 평균 노동시간은 52.4시간이다. 연간 2천724시간(1년을 52주로 계산) 일한다. 1년에 644시간 초과노동을 한다. 주 40시간 5일 근무했을 때와 비교하면 3.7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앰브레인이 조합원 1만8천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실태조사 결과다. 유주선 총장은 "조합원 10만여명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이면 2만9천명을 신규로 채용할 수 있다"며 "사용자들은 노동시간단축과 신규채용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행 '안전한 일터' 아니다
"스트레스 등으로 매년 300여건 사망·재해 발생"


노조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앞세운 은행들의 과당경쟁이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를 유발한다고 보고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노조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3개 지부의 업무 중 사망과 부상·질병으로 인한 휴직(인병휴직) 현황을 조사했더니 사망자가 449명이나 됐다. 휴직자는 2천470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일상 대부분을 은행에서 지내면서 업무 중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가 매년 300여명 가깝게 발생하고 있다"며 "KPI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한 휴직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노조는 20일 부산, 22일 대구에서 임단협 투쟁 승리 지역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29일 오후에는 서울광장에서 수도권 조합원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한다. 13일에는 고용노동부에 금융권 장시간 노동 실태점검을 촉구하는 특별근로감독 요구서를 전달한다. 이달 말까지 대화의 문을 열어 두되, 사용자협의회가 대화를 거부하거나 교섭에서 의견을 접근하지 못하면 9월 중순께 총파업에 들어간다.

허권 위원장은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압도적으로 가결된 배경에는 불성실 교섭을 하는 사측을 향한 분노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행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도 담겨 있다"며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간단축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10만 조합원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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