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6일 오전 6시20분 촬영을 시작해 다음달 새벽 5시50분까지 23시간30분 촬영. 인근 사우나에서 씻고 두 시간도 못 쉬고 오전 7시30분 촬영 재개.

지난달 14일부터 방영 중인 SBS 주말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제작 스태프가 추혜선 정의당 의원에게 제보한 내용이다.

“105일 촬영, 12시간 미만 근무는 7일뿐”

이달 1일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제작에 참여했던 스태프 김아무개(30)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외주업체 소속인 김씨는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야외에서 76시간을 일했다. 하루 평균 15.2시간이다. 노조는 “무더운 날씨에 장시간 야외 노동이 사망원인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중파·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 중인 7개 장편드라마, 하반기 방영 예정인 단막극 제작현장 노동시간 실태를 공개했다.

김씨가 작업했던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제작현장 노동시간은 언론노조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6월15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25일을 일했는데, 10시간 미만 근무한 날은 6월24일 딱 하루였다. 9시간40분 작업했다. 12시간30분이 가장 짧은 근무시간이었다. 심지어 19시간30분을 일한 날도 있었다.

<서른이지만 열입곱입니다> 제작현장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스태프는 7월4일 오전 7시20분부터 다음달 새벽 4시까지 20시간40분 일했다. 그리고 4시간20분 만인 오전 8시20분 작업을 재개했다. 그리고 다음달 새벽 2시40분까지 18시간20분을 일한 뒤 4시간 만에 촬영에 투입됐다. 이어 23시간30분을 촬영한 뒤 두 시간도 쉬지 못하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추혜선 의원은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한숨도 못 자고 현장에 복귀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제보를 받아 조사한 드라마 제작현장 촬영일 105일 중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 이하인 날은 7일에 불과했고, 20시간 내외 초장시간 노동 사례가 비일비재했다”고 전했다.

용역계약서에 ‘24시간 근무’ 명기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은 불공정한 계약 때문이다. 추 의원이 지난달 입수한 방송프로그램(드라마) 용역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이 ‘24시간’으로 명시돼 있다. 드라마 외주제작사와 스태프 노동자가 작성한 프리랜서 계약서다. 하루 20시간이 넘는 위법한 장시간 노동을 계약서에 명기한 것이다. 조명팀 계약서에는 "출장비·장비사용료·식비 모두 용역료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 계약이다.

추 의원은 “정부가 방송사와 제작사에 노동환경 개선을 권고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며 “불공정 계약 관행을 조사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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