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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한 입법으로 직장 괴롭힘에 의한 극단적 선택 막아야김현호 공인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
   
▲ 김현호 공인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

필자가 최근 2년간 진행했던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사건 중 한 사건을 제외하곤 모든 사건 사인이 자살이었다. 자살자들은 40대 남성 중간관리자였다. 한 학습지회사 지점장은 유서에서 직접적인 가해자를 언급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상적인 상황으로 보고 업무상재해를 불승인했다. 고인의 상급자는 부하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법인카드를 반납해라. 카톡방에서 나가라”고 하는 등 직접적인 갑질 발언을 했다. 사건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고 항소심에서야 공단의 불승인처분이 취소됐다.

자동차 부품회사 사례는 결이 다르다. 합병회사 직원들이 다수인 팀에서 피합병회사 출신인 고인이 중간관리자로 근무했다. 겉으로는 적응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업무 분담 과정에서 과부화가 일어나고 급기야 별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시연행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잠적한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의 경우 직속 팀장과 소속 팀원들은 개별 인터뷰를 거부하고 인사팀장과 소통하라고 요구했다. 회사측은 2차 가공한 각종 업무자료들을 전달했다. 회사측 자료에 의하면 고인이 책임을 지는 업무영역은 없으며 모두 중간 전달이나 보고 수준에 그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고인은 프로그램 개발업체와 협업하는 시스템 구현업무 책임자였다. 야간근무와 토요일 근무를 수개월째 반복했다. 사망 직전 탈모증상이 눈에 띌 정도로 심해졌고, IT전문가가 아닌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버거워했다. 이런 사실을 가족과 친구들이 증언했다. 그런데 회사는 고인의 부담을 덜어 주지 않았고, 고인에 대한 ‘직장내 사회적 지지’ 역시 전무했다. 사연이 길었다.

우리나라 자살인구는 2016년 기준 1만3천92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인구 4천292명의 세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매일 30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들 중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인구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통계(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자살한 사망자는 559명이다. 2016년 기준 자살인구 대비 10% 미만의 낮은 빈도를 보인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2016년 통계자료에서 산재사망자를 969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살자들의 업무상사망 추정 여부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살의 산재인정 비율이 지극히 저조하다.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지 않는 한 자살의 산재인정 여부에 관해 유가족들은 외롭고 긴 법정 싸움을 해야 한다.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직장 또는 업무상 모든 문제를 ‘직장 괴롭힘’으로 단정할 수는 없으나, 직접적인 가해자가 없는 비민주적이고 상명하달식의 암묵적인 조직문화를 개념상 ‘직장 괴롭힘’으로 본다면 직장 괴롭힘 원인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앞서 사례로 인용된 자살사건처럼 직접적인 가해자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한 모성 관련 괴롭힘은 개별적인 가해자가 등장하기보다는 조직문화로 상처를 받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일례로 여성노동자들은 임신과 육아를 이유로 쉬거나 일찍 퇴근하는 것이 용납되지 못하는 직장 풍토 때문에 부당근로를 강요받거나 반대로 “아이가 생기면 그만둬야 한다”는 식으로 근로에서 배제된다.

일본에서는 위와 같은 모성 괴롭힘을 마타하라(maternity harassment의 줄임말)라고 하며, 세쿠하라(sexual harassment의 줄임말)와 파와하라(powerful harassment의 줄임말)와 더불어 직장내 3대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갑질 괴롭힘인 파와하라(パワハラ)에 대해 일본 오사카지법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자에게 직무상 지위나 인간관계와 같은 직장내 우위를 바탕으로 업무의 적정한 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정의된다(후지쯔간사이시스템즈 사건 2012년 3월30일)”고 판시했다. 즉 업무의 적정한 범위라는 것이 추상적인 기준일 수 있지만, 업무 외적은 물론이고 업무 내적으로 직장내 권력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온갖 갑질 형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국회에서 직장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등이 발의된 바 있으나 사회적인 공론화는 미흡한 수준이다.

양대 항공사 노동자들의 직장갑질 성토대회가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실제 피해 사례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언론보도를 훨씬 넘어설 것이다.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이들의 삶이 죽음 앞에서 비로소 각인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 입법과 사회적인 공론화가 시급하다.

“직장내 괴롭힘의 증가는 노동 규범의 약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반영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한 논의는 건강하고 안전한 직장을 위한 논의와 같이 나아가야 한다.”(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국제노동브리프 2014년 9월호 중)

김현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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