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활동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해고자 노조가입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공무원노조가 설립신고증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법원본부의 합법전환을 압박하는 계획을 세웠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196개의 문건 중 ‘2016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문건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2016년 2월24일 작성된 문건이다.

법원본부 관계자는 2일 “법원행정처는 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가 된 뒤 법원본부 노조활동을 보장했다가 다시 부정하는 행위를 되풀이했다”며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 따라 실제 당시 집행부를 압박했는지를 조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정치권과 법조계·사법부 동향을 파악한 해당 문건에서 “(노조의) 각종 불법관행, 부적절 행태가 누적되고 있다”며 “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해 기회주의적·공격적·책임 회피적 행태를 보인다”고 법원본부를 비판했다.

법원본부가 2015년 3월 당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 상당수(78%)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불편한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법원본부가 2015년 11월 내부 게시판에 노사협의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를 비판한 사실도 지목했다.

법원행정처는 문건에 “노사관계 근원적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합법노조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변화 검토 시점”이라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전공노 법원본부 명의 활동 금지 △휴직 없는 노조전임자 활동 금지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를 적시한 뒤 “적극 집행해 합법노조 전환이 유일한 해결방안임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올해 3월 설립신고증을 받아 법내노조가 됐지만 당시에는 법외노조였다. 2009년 10월 설립신고가 반려됐기 때문이다. 법원본부도 법내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증이 나오지 않는 이상 법원본부가 법내노조가 되는 방법은 공무원노조 탈퇴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합법노조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법원행정처 계획은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여지가 짙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노조동향을 꾸준히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가 2014년 2월12일 작성한 ‘2014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 문건에 “대응조직을 정비” 혹은 “내부 전산망을 이용한 성명서 게시에 대해서는 대화, 경고 또는 고발 여부 검토”라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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