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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생각일까?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더워도 너무 덥다.

“정말 덥네요, 그런데 천막을 치려구요?”

“네, 어쩔 수 없습니다. 조합원들의 뜻이기도 하구요.”

최근 만난 어느 공공기관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노사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흔히 말하는 노사 상생을 중심에 두는 조직이든. 그런데 공적 사무를 수행하는 조직에서 ‘천막을 친다는 것’은 사실상 파업에 돌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률상은 가능하나, 공공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천막이라니.

“고공투쟁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결연한 의지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요? 승무원들, 반도체도 해결의 길로 들어섰고 삼성 노조파괴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말은 맞지만 현장에서 저희가 체감하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기대했는데, 이제는 “그나마 이 정도인 게 다행”이라는 자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답답함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여름 더위를 날려 줄 시원한 소식을 바라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법외노조 철회투쟁에 나선 전교조를 나몰라라 하는 사용자, 노동자들의 숙원인 노동법원 설립조차 그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뻔뻔한 대법원, 총파업을 준비 중인 금융노동자들의 대화요구를 외면하는 은행권과 금융당국.

벌써부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직무급제를 포함한 임금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내용을 떠나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말에 놀라지 않을 노동자가 있겠는가. 성과연봉제를 막아 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저희 조직은 성과연봉제를 강행한 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발되기 마련입니다.” 어느 금융공기업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요즘 조합원들의 기분을 알 만하다.

“노동계 모두가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2년 동안 상당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졌고, 주 52시간이 도입되는 등 노동자들을 위한 좋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적지는 않다.

최저임금법 개악의 위헌성 문제는 더 논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주 52시간? 다수 언론이 이렇게 표현한다. 아주 잘못된 표현이다. 주 52시간 ‘상한제’ 정도가 어떨까. 주 40시간 시행만 15년인데, 도로 52시간이라니. 12시간도 노동자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그 규범력을 정부가 앞장서 내다 버렸다. 형사처벌을 해야 함에도 입건조차 하지 말라니. “현장이 급작스런 제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선의를 백번 존중한다. 더 큰 걱정은 유예된 6개월 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처벌되니 주의하라’는 단속예고와 계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런 건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할 만한 행정이 아니다. 최대 52시간만 일하더라도 모든 노동자들이 현재 수준 이상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이 핵심이다. 잘 알고 있지 않나. 주 70시간을 넘나드는 영세·중소 사업장에서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은 곧 임금삭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앞장서 52시간 상한제를 지킬 수 없지 않냐고 하소연하는 현실을. 또 6개월 유예할 것인가.

최저임금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 1년에 대한 평가가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라 자처하는 자들이, 수능에서도 나오지 않는 비논리에 비논리로 서로 싸우는 모습이 지겨울 지경이다. 현장의 많은 이들은 노동문제를 대함에 있어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많이 한다. "노동조건에서는 노사가 먼저다. 노동자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대전제 말이다.

최저임금 사태나 주 52시간 상한제 같은 중요한 노동제도가 불안한 모습을 모이는 것도 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했기 때문임을 여러 번 지적했다. 불행 중 다행, 이것은 작은 부분이고 고쳐 나갈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가 아니겠는가. 잘못을 인정하고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공공이라고 하더라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노동조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정책의 역할은 그만이다.

노동자들이 자율적인 교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전교조와 공무원 노동계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완전한 교섭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노동조건을 결정하도록 지원하는 게 ‘노동존중 정부’의 2년차 첫 번째 소임이어야 한다. 대선공약집에 모두 있는 내용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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