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연봉 7천만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노조파괴로 악명을 떨친 창조컨설팅이 2011년 5월 라디오 월례연설에서 "연봉 7천만원 근로자들의 불법파업"이라며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파업을 비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대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연설 후 사실관계 왜곡 논란과 함께 '고액 연봉자는 파업하면 안 된다'는 대통령의 비틀린 노동관에 비난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일개 민간업체가 작성한, 그것도 사실관계가 틀린 연설문을 그대로 읽으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왜곡·선동한 셈이다. 창조컨설팅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손을 뻗어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판정을 뒤집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정부기관·창조컨설팅 유착을 통한 노조파괴 공작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창조컨설팅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신문기사·대통령 연설문까지 작성한 창조컨설팅

1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창조컨설팅이 정부기관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유착한 의혹을 확인하거나 추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2년 9월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에서 창조컨설팅이 고용노동부·노동위원회·국가정보원·경찰·검찰 등 유관기관을 상대로 대응전략을 수립한 문건을 폭로했다. 해당 자료에는 청와대·국정원·노동부·경찰·검찰·한국경총의 접촉자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담겨 있었다.

당시 이메일 주소에 등록된 인물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는데도 노동부는 "임의로 작성한 메모 수준"이라며 조사하지 않았다. 그런데 개혁위 조사 결과 창조컨설팅이 이메일 송부주소에 기재된 곳으로 노조파괴 관련 문건을 전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조파괴 의혹 조사를 담당한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이메일 주소에 있던 정부 관계자 중 한 명으로부터 '창조컨설팅이 보낸 문건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봉 7천만원 근로자들의 불법파업" 연설로 논란이 일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라디오 월례연설문도 창조컨설팅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창조컨설팅 관계자는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연설문을 써서 청와대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개혁위에 털어놨다. 당시 '연봉 7천만원' 논란은 한 경제지 기사에서 시작됐는데 개혁위는 창조컨설팅 이메일 주소록에 기사를 작성한 A경제지 국장급 인사 이메일 주소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창조컨설팅 관계자는 개혁위 조사 과정에서 "A경제지의 유성기업 관련 기사도 창조가 썼다"고 진술했다.

김상은 변호사는 "A경제지와 창조컨설팅이 지속적으로 기사 관련 협의를 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며 "(창조컨설팅의)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기사도, 대통령 연설문도 창조컨설팅이 써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와 김주목 전무는 노동부와 업무를 조율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변호사는 "이채필 당시 차관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던 심종두 대표가 이 차관에게 자주 연락을 취하고 부탁했다는 진술이 있었다"며 "창조컨설팅 문건에 '유성기업 특별감독 관련 본부(노동부)와 연락해서 대응한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창조컨설팅 관계자는 개혁위에 "김주목 전무가 본부와 특별감독 후 벌금이나 과태료를 조율했다"고 말했다.

"창조컨설팅-정부기관 유착 의혹 진상 조사해야"

창조컨설팅이 중앙노동위에 개입해 사용자에게 유리하도록 판정을 뒤집었다는 의혹은 사실이었다. 창조컨설팅은 중앙노동위 사건배당 과정에서 접수시점을 조율해 특정 조사관에게 사건이 배당되게 했다. 실제 사건담당 조사관을 변경하기도 했다는 창조컨설팅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김 변호사는 "위원회 권한 한계상 조사를 확장하지 못했다"며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김영주 노동부 장관에게 "그간의 부당노동행위 수사 관행에 유감을 표명하고, 노조무력화 공작의 실체 규명과 정부기관·컨설팅 업체 등과의 유착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해 법정형을 상향하고, 공인노무사·변호사 등 전문가들에 의한 부당노동행위 개입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대리했던 김차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현재까지 드러난 자료만으로는 창조컨설팅이 정부기관들과 접촉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만 제기할 수 있었다"며 "개혁위 조사 결과 노조파괴 문건이 정부기관들에 전달되고 실행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노동부가 개혁위 권고사항을 실천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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