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기아차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오늘 발표가 더 이상 자식 걱정을 않고,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 이유민씨의 말이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 보인 반응이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이날 고용노동부에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같은날 오후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와 기아차비정규직지회가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두 달 전 결혼한 새신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유민씨는 “이제 막 결혼해 자식도 낳고 싶지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현실에선 아이 한 명 낳아 기르는 것조차 두렵게 여겨진다”며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되긴 힘들겠지만 개혁위 발표를 계기로 조금 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권고를 충분히 검토하고, 성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수사지휘로 불법파견이 적법도급으로"=개혁위는 노동부가 수차례 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방치’라는 표현을 썼다.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6월 사내하청 노동자 7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2010년 판결을 확정했다.

노동부 행동은 느렸다. 노동부는 2010년 8월 접수된 현대차 불법파견 진정을 2015년 10월에야 검찰에 송치했다. 그해 7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고발 역시 3년 넘게 수사 중이다.

개혁위는 “노동부는 과거 대법원 확정판결이 없다는 이유로 자동차업종 불법파견 실태를 방치했고, 확정판결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일부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근로감독관 최초 의견이 있었는데도 검사 수사지휘에 따라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노동부는 올해 5월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774명이 불법파견으로 사용됐다며 회사에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개혁위는 “노동부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방치는 한국지엠 사내하청 노동자 직접고용 명령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노동부가 인천지법의 부평·군산공장 판결을 참고해 한국지엠에 직접고용 명령을 내렸는데, 현대·기아차의 경우 법원이 거의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개혁위는 노동부에 △자동차업종 불법파견 부당처리에 대해 유감 표명 △현대·기아차 법원 판결 토대 직접고용 명령과 당사자 간 협의·중재 등 적극적 조치 △파견 판단 지침·사업장 점검요령 개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감독·수사 신속성 담보를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비정규직노조 교섭 중재하라"=이날 기자회견을 한 노동자들은 “상식적인 결론을 내린 개혁위의 발표를 환영하며 노동부와 검찰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김수억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은 “노동부와 검찰이 함께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범죄를 14년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불법파견을 비호한 당사자를 처벌하고, 노동부는 개혁위 권고를 수용해 직접고용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부는 2004년 현대차 9천234개 사내하청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뒤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윤성규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장은 “불법파견이 드러난 지 14년 만에 시정명령도 아닌 권고안을 받았지만, 이번 일이 작은 씨앗이 돼 대한민국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판단이 지금에야 이뤄졌는데 권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점은 유감”이라며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을 보면 파견법을 위반해도 25일 안에 문제가 시정되면 내사를 종결하도록 돼 있는데 어느 누가 파견법을 지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걸릴 때까지 불법파견을 하다가 걸리면 그때 가서 직접고용을 하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집무규정을 바꾸고, 노동부는 원청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교섭을 할 수 있도록 중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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