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취객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4시쯤 경북 구미 A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실려 온 술에 취한 장아무개(24)씨가 철제 거치대로 당직 중이던 전공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전공의는 두피동맥 파열과 뇌진탕 등 전치 3주 상해를 입고 신경외과에 입원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29일 새벽 4시30분쯤 전북 전주 완산구 B병원 응급실에서 술 취한 이아무개(19)씨가 간호사 두 명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씨는 간호사들이 링거 주사를 놓자 이를 억지로 떼어 낸 뒤 화장실에 가서 잠들었다. 간호사가 피를 흘리며 화장실에 누워 있던 이씨를 병상으로 옮기려 하자 "그냥 놔두라"며 발길질을 하고 간호사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다.

응급실 폭행은 지난달 1일 '전북 익산 의사 폭행사건'을 계기로 사회쟁점으로 떠올랐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전국 응급의료기관 대상 응급의료 방해에 대한 신고 및 고소 현황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응급실에서 발생한 폭언·폭행·협박·성추행·기물파손 등 방해행위에 대한 신고·고소 건수는 2016년 578건에서 지난해 893건으로 55% 급증했다.

올해(6월 말 기준)도 582건이 발생했다. 최근 2년6개월간 응급의료 방해행위는 2천53건이나 된다. 40.4%(830건)가 폭력행위다. 올해 발생한 응급의료 방해행위 가운데 68%(398건)는 환자가 취한 상태에서 벌어졌다.

의료계는 "응급실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1일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현행법은 의료인을 폭행하면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주취상태 폭력행위는 가중처벌로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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