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2일 4명의 사망자를 낸 포스코건설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설현장 붕괴사고 현장.<안전보건공단>
포스코건설이 안전관리자 80% 이상을 비정규직으로 돌려 막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건설 안전관리자 315명 중 정규직은 56명(18%)에 불과했다. 10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37.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안전관리 인력에 대한 인색한 투자가 산재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8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10대 건설사 산재사망자 42%가 포스코건설

정부가 산재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도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 사고사망자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전체 건설업계 산재사망사고는 줄어들었지만 특정 건설사에서 산재사망이 집중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31일 고용노동부 '2018년 상반기 건설업체별 사망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사고는 15건, 사망자는 19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2건·16명)에 비해 각각 25%, 18.8% 늘었다.

10대 건설사 산재사망률을 끌어올린 회사는 포스코건설이다. 포스코건설 현장에서 상반기에만 5건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해 8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10대 건설사 산재사망자 42%가 포스코건설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올해 1월 인천 송도 주상복합 더샵 센트럴시티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사한 것을 시작으로 3월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설현장에서도 추락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달 인천 송도 포스코 센토피아와 부산 산성터널 현장에서도 각각 사망자가 발생했다. 5월 충남 서산에서는 용접부위 절단작업 중 작업발판이 벌어져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졌다.

기간제법 악용한 '비정규직 안전관리자 돌려 막기'

포스코건설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노동부는 6월18일부터 7월20일까지 포스코건설 본사와 시공현장 24곳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했다. 노동부는 포스코건설 시공현장 24곳에서 안전보건교육 미실시를 비롯한 법규 위반 165건을 적발해 2억3천681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포스코건설 본사에서는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위반 등 55건의 법규 위반을 적발해 과태료 2억9천658만원을 물렸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안전관리자 비정규직 비율이다. 안전관리자 315명 중 259명(82.2%)이 비정규직이다. 다른 건설사보다 정규직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

비정규직 안전관리자는 공사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안전관리자는 프로젝트 계약직 형태로 공사기간에만 일하는데 대다수가 현장소장 인맥으로 고용된다"며 "제대로 안전관리를 하려면 무리하게 공사기간이나 비용을 줄이려는 현장소장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비정규직 안전관리자가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노동부는 올해 3월 포스코건설과 '산재사고재발방지회의'를 했다. 당일 회의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해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하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비정규직 안전관리자에게 영어시험 통과 같은 까다로운 정규직 전환 조건을 내걸어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포스코건설이 정규직 안전관리자 채용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제한 비정규직 돌려 막기'가 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년 이상 비정규직 사용이 가능하다.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공사가 시작되면 비정규직 안전관리자를 채용했다가 공사가 끝나면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지하는 방법을 쓴다. 이른바 비정규직 안전관리자 돌려 막기다. 노동계가 기간제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정부도 지난해 8월 발표한 중대재해 예방대책에서 "공공공사와 대규모 공사는 안전·보건관리자를 직접고용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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