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과세는 빠졌고 고소득층·대기업대상 세율 인상도 없었다.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금을 확대했지만 임대소득과세 외에는 증세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득분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26일 당정협의 후 공개된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는 세금을 지원하고 고소득층에게는 세금을 더 걷는다.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같은 제도를 활용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지급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도 늘린다. 근로장려금 최대지급액은 단독가구는 8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홑벌이는 20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맞벌이는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한다. 자녀장려금도 자녀 한 명당 30만~50만원이던 것에서 50만~70만원으로 인상한다. 2조9천6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은 늘어난다. 거제·통영·고성·울산동구 등 고용위기지역이나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9곳에서 창업을 한 기업은 법인세와 소득세가 5년간 100% 감면된다. 해외진출 기업이 국내로 돌아올 경우 5년간 100% 법인세가 감면된다. 경영성과급 형태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 사업주는 경영성과급의 10%를 세액공제받고 해당 노동자는 소득세 50%를 감면받는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한 에너지 세제 개편도 이뤄졌다. 발전용 유연탄에 매기는 세금을 킬로그램당 36원에서 46원으로 올리고, 상대적으로 청정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는 킬로그램당 91.4원에서 23원으로 대폭 내린다. 유연탄 사용을 줄이고 LNG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애초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에너지 세금을 급속도로 내리면 앞으로 다시 올리기 힘들 수 있다며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세법 개정안을 준비한 기획재정부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정부 지출을 늘리기로 했지만 곳간을 채우는 방법은 눈에 띄지 않는다. 2019년부터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기로 하고,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한 점이 거의 유일하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2천200억원, 5천700억원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개정안에 따라 세수는 5년간 2억5천343억원 감소된다. 누진적으로는 5년간 12조6천18억원 준다. 소득세 15조4천222억원·법인세 1조7천780억원·부가가치세 4천616억원이 감소한다. 정부가 감세안을 낸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기재부는 세법 개정안을 다음달 16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같은달 31일 국회에 제출한다.

한편 세제발전심의위 회의에 참석한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근로장려금 지급액을 부양가족수를 고려해 설계하는 등 저출산 문제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며 "22% 수준의 법인세를 개편해 최고세율을 35%로 인상하고 고용창출·노동시간단축과 연계해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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