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유성기업이 과거 노조파괴를 위해 전문 컨설팅 업체에 연간 17억원 상당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들에게는 3억원대의 임금을 체불해 재판을 받고 있으면서도 거액의 자금을 노조파괴에 쏟아부은 것이다. 회사가 기업노조 설립과 활성화를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도 드러났다.

♢"노래방 비용 내고, 술값 써가며 기업노조 지원"=30일 <매일노동뉴스>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서 ‘유성기업 노무컨설팅·교육 등 비용 지출 내역’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유성기업이 2011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노조파괴 컨설팅 업체였던 창조컨설팅에 언제, 어떤 이유로, 얼마만큼의 돈을 건넸는지가 기록돼 있다.

해당 기간은 지회 파업과 회사의 직장폐쇄,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경영정상화 관련 전략회의)가 작성된 시기와 겹친다. 문건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2011년 5월27일 ‘인사교육특별자문료’ 명목으로 창조컨설팅(휴먼밸류컨설팅)에 5천500만원을 지급했다. 휴먼밸류컨설팅은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의 장인이 운영했던 회사다. 앞서 법원은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고 심종두 전 대표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공인노무사 등록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회사는 동일 명목의 자문료를 이듬해 4월까지 12회 지급했다. 유성기업은 '조직활성화 과정 교육료(2011년 8월18일·4천240만2천800원)' 등 각종 교육료 명목으로 약 9억원을 창조컨설팅에 줬다. 사건 수임료로는 5천400만원을 지불했다. 이렇게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에 노조파괴 자문 대가로 쥐어 준 돈은 16억8천500만원이다.

지회는 회사가 기업노조인 유성기업노조 설립을 전후해 각종 비용을 지원한 내역도 공개했다. 유성기업노조는 2011년 7월 설립됐다. 같은달 19일 유성기업 영동공장 최아무개 이사는 '유성노조 발기인 모임 식대' 명목으로 충북 영동군 소재 식당에서 16만7천원을 계산했다. 유아무개 영동공장 관리과장은 같은해 10월17일 '유성노조 ○○○ 애로사항 면담 후 식대(10명)'로 대전 대덕구 소재 노래방에서 27만1천원을 썼다.

유성기업은 그해 10월21일, 11월4일, 11월11일 3차례 관리자 대상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관리자 49명이 유성기업노조에 가입했다.

도성대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고용노동부가 2012년 말 유성기업을 압수수색한 결과 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앞둔 2011년 말부터 약 3개월간 조합원들과 149회 이상 개별 접촉해 술값과 밥값으로 1천700만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로 인해 당시 조합원 22명이 한꺼번에 지회를 탈퇴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현대차, 창조컨설팅 포함 3자 회의 추진=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은 물론 창조컨설팅과 수차례 접촉한 정황이 담긴 증거 자료도 공개됐다. 현대자동차 구동개발실 강아무개 차장은 2011년 9월20일 최아무개 유성기업 전무에게 "아래 안건과 관련해 9월22일 오전 10시에 회의를 하고자 합니다. 유시영 사장님과 창조측을 모시고 회의하고자 하오니 참고하셔서 참석 부탁드립니다"라고 쓴 메일을 보냈다. 해당 메일에는 최아무개 현대차 이사대우가 강아무개 차장에게 보낸 메일이 첨부돼 있었다. 최아무개 이사대우는 "신규노조 가입인원이 최근 1주일간 한 명도 없는데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9월20일까지 220명 등 목표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명도 없는 이유가 뭔지 강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지회는 해당 이메일을 바탕으로 현대차와 유성기업·창조컨설팅 사이에 정기적인 만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회사가 17억원의 거금을 노조파괴에 쓰고서도 이에 훨씬 못미치는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며 “법원은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원청 개입이 있었던 만큼 현대차측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2011년 지회 파업의 대응하기 위해 했던 직장폐쇄와 관련해 연차수당 3억7천만원을 미지급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과거 회사의 대응력이 부족했던 시기 외부기관에 법적인 자문을 구한 것이고, 대표가 법적인 문제에 대해 책임을 졌다”며 “직장폐쇄 기간 연차수당 문제에 대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재판 결과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측은 “당시 유성기업의 라인가동이 중단되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여서 회의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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