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최저임금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망하게 생겼다고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을 존폐 위기로 내몰고 있다.”(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수구언론이 나서서 걱정을 한다. 알바 고용의 대표적인 사업장인 편의점 점주들이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며 전면에 나섰다. 편의점 실상이 어떤 것이기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올려 사회양극화를 개선하자는 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서는 걸까.

2016년 기준 전국 프랜차이즈 편의점 매장수는 3만2천611개이고 총매출액은 20조3천241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원 이상 증가했다. 1년 사이에 편의점수는 12.5%, 매출액은 17%나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수가 늘어가는 것에 비례해 총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편의점 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니 어떻게 된 일일까.

편의점 계약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을 편의점 본사가 투자해 주고 임대료는 편의점 점주가 부담하는 형태로 이를 점주임차형라 부른다. 이 경우 본사가 매출총이익에서 35%를 가져간다고 한다. 매출총이익이란 판매물건 값에서 물건 원가만을 뺀 것이다.

점주임차형의 편의점을 예로 들어 점주의 비용 부담과 수익구조를 생각하기로 한다. 월 임대료가 200만원이고 전기세 등 기타 관리비로 100만원이 지출되는 한 매장에서 월 5천만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총이익이 1천200만원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먼저 편의점 본사에 가맹수수료 명목으로 매출총이익의 35%인 420만원을 보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건물 임대료로 200만원, 전기세 등 기타 관리비로 1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점포에서 주야간으로 알바노동자 2명을 고용해 주 5일간 하루 8시간씩 일을 시키고 나머지 시간과 주말에는 점주 부부가 돌아가며 일을 했다고 가정하면, 월 314만원(157×2)이 인건비로 지출된다. 그러면 점주에게 남는 것은 1천200-(420+100+200+314)=166만원이다. 부부가 주말에는 같이 일을 해야 하면서도 점주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166만원으로 알바노동자보다 못하다. 그러기에 알바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더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야 할까? 과연 그럴까? 한번 순서를 뒤집어 보자.

매출총이익 1천200만원에서 임대료·인건비·관리비를 먼저 공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1천200-(200+314+100)=586만원이 남는다. 점주 입장에서는 이 586만원이야말로 진정한 순이익이다. 본사와 편의점을 동업 관계로 봐 순이익 586만원을 기준으로 본사에 35%인 205만원을 보낸다면, 편의점 점주는 381만원을 수익으로 얻게 된다. 바로 여기에 구조적인 비밀이 숨어 있다. 편의점 본사는 가맹 점주들의 인건비나 임대료 등에 대해서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편의점의 비용이 어떻게 되든 물건 원가를 공제하고 남는 매출총이익 중 35%를 가져가는 구조야말로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여기에 편의점 본사에서 공급하는 다양한 필수품목 물건 원가에는 이미 일정한 유통마진(이윤)이 붙어 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편의점 본사는 공급하는 물건 값에도 일정한 이윤을 붙여서 이익을 보고, 매출총이익에서 다시 엄청난 비율(35%)의 가맹수수료를 가져감으로써 이중의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CU는 2천342억원, GS25는 2천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렇게 본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계약이다 보니, 본사 입장에서는 매장을 늘려 가는 것이 곧 이익을 증대시키는 길이다. 실제로 편의점 업종 성장률은 2016년 18.4%, 2017년 13.4%였다. 그 결과 반대로 매장수가 늘어날수록 점주들의 매출액과 이익은 곤두박질치게 돼 있다. 물론 250미터 거리 제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 제한은 같은 브랜드 점포에만 적용된다. 다른 브랜드 점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한 건물 건너 편의점일 정도로 편의점이 늘어난 결과 이제 4만개를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 점주 사이의 분배 구조에서는 처음부터 점주의 지위가 알바노동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편의점 점주의 운영난은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슈퍼갑의 수탈구조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GS25는 2016년 1천309개 점포를 신규로 열었는데, 그 사이 계약종료는 198개, 계약해지는 116개였고, 명의를 변경한 편의점은 1천35개였다. 2017년에도 계약종료는 233개, 계약해지 95개, 명의변경은 1천35개나 됐다. 16.4% 최저임금 인상 이전인 2016년과 2017년에도 점주들은 처음부터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명의이전으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수구언론과 자본은 수탈구조의 비밀을 숨긴 채 가장 취약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공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166만원의 수익을 가져가는 점주와 단신생계비(2017년 기준 193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 157만원을 받아가는 알바 사이에 10만~20만원을 두고 누가 더 가져갈 것인지 싸움을 붙이고 있는 셈이다. 점포당 수백만원 내지 수천만원의 이익을 챙겨가는 슈퍼갑은 뒤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손해도 끼치지 않는 싸움이 전개되고 있으니 말이다. 대기업 자본에 의한 수탈 구조를 놓아둔 채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공격대상으로 하는 생존경쟁의 현실이 참혹할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시급 인상분 820원을 가지고 을인 영세자영업자와 병인 알바노동자가 싸울 것인지, 아니면 을과 병이 연대해 한 해 20조원의 매출로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보고 있는 슈퍼갑들과 싸움을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기로에 섰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작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슈퍼갑과 을이 연대해 병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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