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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장 이론들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문재인 대통령이 포용적 성장론을 이야기했다.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성장에 이은 네 번째 성장이론이다. 포용적 성장은 미국의 민주당 친화적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대선캠프를 통해 유행시킨 것이다. 소득(임금)주도 성장은 포스트케인지안 경제학을 기반으로 하는데, 국제노동기구(ILO)가 세계금융위기 이후 캠페인을 벌여 유명해졌다. 공정성장은 20세기 후반부터 유행한 신제도주의학파 이론이며, 혁신성장은 경제학의 가장 전통적 성장이론이다. 문재인 정부는 2000년대 유행한 경제성장 이론들을 나름대로 모두 가져온 셈이다.

그런데 맛난 재료들을 모두 섞어 끓인다고 최고의 요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듯 경제학 이론들을 모두 가져다 쓴다고 최고의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제성장 이론들은 전제하고 강조하는 것이 달라 서로 충돌한다.

먼저 얼마 전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적 성장부터 보자. 포용적 성장은 여러 버전이 있지만 가장 잘 정리된 것은 미국 민주당 정책이다. 포용적 성장(번영) 이론은 경제성장이 부진한 이유로 구조적인 수요 부족을 지적한다. 수요 부족은 임금정체로 인한 저임금 노동자 소비 감소와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원인이다. 따라서 성장 정책은 제도개선으로 소비와 투자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첫째,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조법 개정으로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고, 최저임금을 인상한다. 둘째,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경영자들의 단기 이익 인센티브를 규제하고 정부도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사회간접자본과 녹색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정부가 얼마 전까지 핵심기조로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은 유효수요 문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아예 임금인상이 성장을 이끌어 간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은 인건비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해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킨다. 임금인상이 방아쇠가 돼 소비와 투자 모두를 증가시키고, 소비와 투자 증가로 경제가 성장한다. 임금인상 방법은 포용적 성장과 다르지 않다. 물론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포용적 성장은 임금 인상이 노동생산성 증가 이내에서 이뤄진다고 보는 데 반해, 소득주도 성장은 임금 인상이 노동생산성 증가보다 커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을 예로 보면 포용적 성장은 적정한 지속적 인상을, 소득주도 성장은 급격한 인상을 선호한다.

혁신성장은 경제학 전통 이론이다.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 기술 혁신이 경제성장에 중요하다. 노동투입량은 인구 증가와 노동 생산성에 의존한다. 자본투입량은 저축과 이윤에 의존한다. 기술 혁신은 인적자본이나 사회 역량에 달렸다. 그래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출산율 제고를 위한 사회정책이나 노동력 수입(이주노동 확대)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생산성 낮은 노동력을 해고하면 노동생산성이 증가한다. 자본투입을 늘리려면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 생산성 증가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 이윤을 낮추는 행위는 자본투입량을 감소시킨다. 저축을 줄이는 소비도 마찬가지다.

공정성장은 생산 결과의 인센티브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잘 정의된 소유권 제도와 시장 경쟁이 중요하다. 북한이나 아프리카 독재국가들에서는 일한 결과가 부의 소유가 아니라 국가나 독재자의 축재에 이용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정경유착이나 불공정 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가에게 돈을 주고 독점권을 얻을 수 있으면, 혁신이 아니라 다른 기업의 생산을 수탈할 수 있으면, 혁신에 열정을 다할 인센티브가 없어진다.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면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고, 혁신에 인센티브가 주어지도록 소유권제도와 경쟁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소유와 경쟁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지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하는 게 아니다.

포용적 성장론은 유효수요에, 소득주도 성장론은 임금인상에, 혁신성장은 시장개혁에, 공정성장은 제도개혁에 초점을 둔다. 앞의 두 이론이 수요측 이론이라면, 뒤의 두 이론은 공급측 이론이다. 혁신성장에 따르면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이고, 공정성장에 따르면 포용적 성장은 오히려 성장의 인센티브를 저해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따르면 혁신성장은 이윤주도 성장론일 뿐이다. 포용적 성장론에 따르면 공정성장은 수요 감소의 악순환을 방치하는 것이다.

물론 네 가지 이론들의 정책 조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 이론들은 성장을 주도하는 요소를 분명하게 규정한다. 즉 상위 요소가 있고 하위 요소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상황에 따라 이론들을 실용적으로 사용하지만, 이래서는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알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은 재료는 많지만 정작 맛은 없는 잡탕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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