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ERA
"일의 미래가 아니라 일의 현재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의 미래가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기 때문이죠. 기술의 진보가 노동조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발언권을 줘야 합니다."

데보라 그린필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차장의 말이다. 산업용 로봇 보급률은 세계 1위지만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노동계와 고용전문가조차 배제한 한국 정부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그린필드 사무차장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는 23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2018 서울 세계대회 참석차 서울을 찾았다. 그린필드 사무차장은 "내년 ILO 설립 100주년을 맞아 일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로 '불평등 해소'를 꼽았다. 해결과제로는 △남녀 간 노동시장 참여율과 임금격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기술격차 △소수 노동자와 다수 노동자 간 소득격차를 지목했다.

기술 발전은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직업안정성을 보장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기술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정부가 올바른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린필드 사무차장은 "기술 발전이 노동조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자 발언권을 보장하고 내실 있는 사회보장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에게 정부가 직업훈련 기회를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훈련기간 동안 소득을 보전해 주면서 새로운 시대에 두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안이다. 특수고용직이나 파견직·시간제·임시직·플랫폼 노동자 같은 비표준근로계약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시스템도 주문했다.

그린필드 사무차장은 특히 '기존 노조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서로 연락하거나 고충처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존 노조가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경우 이런 과정을 거쳐 특수고용형태 택배원이 업체와 단체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한국 정부 역할을 묻는 질문에 그린필드 사무차장은 "한국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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