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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센터에서 아이들 손 잡고 흘린 눈물, 어디로 갔나요?"민주노총 '고 김주중 조합원 명예회복·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결의대회 열어
▲ 양우람 기자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 팔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사람들은 힘찬 팔뚝질로 몸에 묻은 땀을 털어 냈다. 체감온도 섭씨 40도에 가까운 날이었다. 습기가 묻은 대기는 땀 위에 땀을 쏟아지게 했다.

정리해고를 철폐하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라는 요구는 땡볕보다 뜨거웠다. 온 힘을 다해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이 25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고 김주중 조합원 명예회복과 해고자 전원복직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자 600여명이 함께했다.

"약속 외면하는 쌍용차, 정부도 마찬가지"

참가자 전원은 손피켓을 들었다. 한쪽엔 “약속을 지켜라”, 다른 쪽엔 “공장으로 돌아간다”라고 썼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노조·쌍용차는 2015년 12월 해고자 전원 복직을 2017년 상반기까지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9월 대선을 3개월 앞두고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자격으로 평택 통복동에 있는 와락센터를 방문했다.

와락센터는 정리해고로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 시설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며 “현 정부에서 쌍용차 해고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약속한 시기가 1년1개월이 지나도록 뱉은 말을 지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노노사 합의 이후 47명의 해고자가 복직했다. 119명은 아직 해고자 신분이다.

최근 김주중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로 세상을 등진 30번째 희생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우리는 공장으로 돌아간다”라고 적힌 단상에 올랐다. 단상 위 벽면엔 매듭이 묶인 굵은 밧줄 사진이 프린트된 흰색 천이 걸렸다. “결자해지 약속을 지켜라” 문구가 밧줄 옆에 뚜렷했다. 매듭은 양쪽에서 당기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회사는 그저 ‘상황을 알고 있다’는 수준으로 답했다”고 비판했다.

복직투쟁 10년, 희망과 절망 교차

문 대통령은 이달 10일 인도를 국빈방문한 자리에서 쌍용차 대주주인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에게 해고자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한국 경영진이 문제를 잘 풀어 갈 것”이라고 답했다.

지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요청 이후 회사로부터 해고자 복직과 관련한 어떤 대화 제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촛불시민의 염원을 담아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과거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며 “정부는 문제를 그저 알고 있다는 식으로 회피하려는 쌍용차를 압박해 실질적인 복직협의와 대안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투쟁은 내년이면 10년을 맞는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다. 노동자들은 최근 상황을 보며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신승민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양승태가 사법농단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막았고 이 때문에 30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KTX 여승무원들도 회사로 돌아가고, 삼성을 상대로 한 투쟁에서도 중재안이 마련됐는데 왜 쌍용자 해고노동자들만 죽음의 행렬을 이어 가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KTX 여승무원 문제가 100% 만족은 아니지만 10년 만에 해결됐는데, 양승태 사법농단 희생물이었다는 점에서 쌍용차 해고문제와 공통점이 있다”며 “문제 해결의 주체는 단언컨대 회사가 아닌 문재인 정부이며, 대통령은 김주중 조합원이 사십구재를 맞는 다음달 14일 이전에 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움직여야 쌍용차가 움직인다"

문화노동자 이수진씨가 무대에 올랐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투쟁을 멈추지 않으리> <가자 노동해방>을 불렀다. 이씨는 “노동자들의 물음에 국가는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이 연단에 섰다. 그는 “9년을 함께 싸워 준 동지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다”고 운을 뗐다.

“상하이자동차의 기술먹튀와 회계조작, 양승태의 사법거래, 국가의 24억원 손해배상 가압류가 없었더라면 김주중 조합원을 포함해 30명의 동료가 아직 우리 곁에 있었을 것입니다. 와락센터를 찾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던, 분향소와 공공농성장을 찾았던 문재인 대통령을 기억합니다. 대통령은 또 인도를 찾아 쌍용차 문제해결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쌍용차 문제는 그 이후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자본이 움직입니다.”

김 지부장은 “김주중 조합원이 목 놓아 외치던 구호로 발언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동지의 염원이다 정리해고 철폐하자”고 따라 외쳤다.

노동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로 향했다. 지부는 지난달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주중 조합원을 추모하기 위해 이달 3일 분향소를 세웠다. 매일 오전 6시 남은 해고자 119명을 더 이상 잃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아 119배를 시작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는 다음달 2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분향소까지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한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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