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광주법률원)

대상판결 : 광주지방법원 2018.6.22. 선고 2016가합50308 판결

1. 사건의 경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 등에 아이돌봄을 지원하는 아이돌봄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이돌봄 사업을 서비스기관에 위탁했고,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봄 지원법 7조에서 정한 자격을 갖춘 아이돌보미들과 계약을 체결한 후 각 가정에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인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주휴수당·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서비스기관에 소속돼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므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주장하며,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상의 제 수당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가. 아이돌보미 노동자성 인정

원고들은 아이돌보미의 근로 형태 등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반면, 서비스기관은 아이돌보미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전제했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판단 특징인 ‘사용종속관계 유무에 따른 판단’ ‘실질적 판단’ ‘제반 요소의 종합적 고려’와 같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① 원고들이 피고들과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부동문자로 원고들의 기본적인 업무 내용이 명시돼 있는 점 ② 원고들이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수행하는 시간과 장소는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서비스 제공 요청을 접수하는 피고들에 의해 정해지고, 원고들은 피고들이 알려주는 시간과 장소에서 서비스를 수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인 점 ③ 피고들은 원고들이 아이돌봄 서비스 수행 과정에서 해야 할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 월례회의·간담회·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원고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그뿐만 아니라 원고들에게 활동일지 작성, 정산보고서 작성·제출, 건강검진 서류 제출, 보수교육 이행 등 아이돌봄 서비스 수행 외의 업무도 지시한 점 ④ 원고들은 피고들의 통보를 받고 수락해 시간·장소가 정해진 아이돌봄 서비스를 3자를 고용해 그로 하여금 대신 수행하게 함으로써 그 차액 상당을 취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계산 아래에서 독립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점 ⑤ 실제로 제공한 아이돌봄 서비스 수행 시간에 비례해 일정한 금액의 수당을 지급받고 있어 지급받는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자신의 노무제공을 통해 추가적인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을 부담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이돌보미인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들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판단했다.

참고로 대상판결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아이돌보미가 서비스기관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아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자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고, 서비스기관이 아이돌보미가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서울고법 2017.7.5. 선고 2016누62889 판결).

나. 아이돌보미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수당 지급 의무

대상판결은 아이돌보미인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므로 사용자인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피고들은 원고들이 심야 및 주말에 아이돌봄 서비스를 수행하는 경우 원고들에게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했으므로 그 금액을 미지급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액수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상판결은 추가로 지급된 금액은 약정수당의 지급에 불과할 뿐이고 이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정수당 지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상판결은 주휴수당은 노동자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경우 발생하고,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은 노동자가 1년간의 소정근로일수 중 80% 이상의 일수를 출근한 경우에 발생하므로 주휴수당과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소정근로일수, 즉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미리 근로의무가 있는 것으로 정한 근로일수가 존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그 대상판결은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 또는 1년간의 소정근로일수의 정함이 없을 뿐 아니라 원고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성질상 이를 미리 정할 수도 없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주휴수당이나 연차휴가 일수를 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3. 대상 판결의 의미

가. 아이돌보미의 노동자성 확인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노동자 개념에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도급·위임·위탁 등의 형식으로 노동자의 노동을 사용했고, 노동자들은 사용자에게 노동이 종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형식이 근로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했다.

즉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면하려는 의도로 이른바 ‘비근로자화’ 전략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사용자는 고용·취업형태의 설정 자체가 새로운 이익추구의 수단으로 된 반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기준의 최저한도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법원의 노동자성 판단 특징인 ‘사용 종속성’을 주장 입증하며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은 서비스기관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 노동자성을 부인할 형식적 요소를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사용 종속성’ 여부를 판단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의미가 있다.

나. 아이돌보미의 근로기준법상 적용

아이돌보미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서비스기관에 근로를 제공했음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했다. 대상판결이 아이돌보미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약 2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이돌보미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특히 아이돌보미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한 채 근로하는 등 근로조건이 열악했는데, 대상판결로 아이돌보미의 노동조건이 다소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 주휴수당과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 부분

대상판결은 아이돌보미의 근로형태의 특성상 주휴수당과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의 지급 의무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휴일 부여 목적이 1주간의 근로로 인해 축적된 노동자의 피로를 풀어 주고 건강을 확보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아이돌보미가 1주 기준 5일 내지 6일간 계속적으로 근로를 했거나 소정근로일에 근로를 했다면 주휴일을 부여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60조의 연차유급휴가는 1년간 80%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주도록 돼 있으므로 아이돌보미가 계속적으로 근로를 했다면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원고별로 1주 기준 5일 내지 6일간 계속적으로 근로를 했는지, 1년간 80%이상 출근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지 않았고, 주휴와 연차유급휴가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

라. 향후 과제

아이돌보미들은 대부분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므로 노동권 보호가 더욱 절실하다. 그런데 아이돌보미들은 법원에서 노조법상 노동자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는 데 수년이 걸렸다.

아이돌봄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서비스기관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위탁계약을 체결했다면 아이돌보미들의 노동권은 조금 더 일찍 보호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상판결 확정시까지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근로기준법상 제 수당 지급 의무를 최대한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서비스기관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필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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