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최저임금은 성장과 발전의 중요한 요소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규제가 강화되면 신규투자가 감소하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용자들을 상대로 기업 투자의 주요 요건을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이나 노동규제는 상위 5위 안에 든 적이 없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사전에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이 제공된다면 인상해도 괜찮다고 답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자 재계의 ‘기승전 최저임금 탓’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영세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고용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닐 버마(Anil Verma) 토론토대 교수는 “최저임금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자극이 된다”며 “높아진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최저임금 여전히 생활임금에 미달”

국제고용노동관계학회(ILERA) 2018 서울 세계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한국노총은 ‘지속가능한 사회와 최저임금’을 주제로 특별세션을 마련했다. 버마 교수는 “높은 노동규제 비용이 신규투자를 저해한다는 주장은 모든 사회적 요소가 동일할 때 성립될 수 있지만 인프라나 고숙련 노동력 등 나라마다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며 “기업 투자는 곧 기술 투자와 숙련노동자 양성,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며 기업들은 높아진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하이페터(Thomas Haipeter) 뒤스부르크-에센대 선임연구원은 유럽과 독일의 최저임금제도를 소개하며 “임금의 최저선을 만들어 산업별 최저임금을 올리고 단체협약 임금그룹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며 “성별 임금격차를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여전히 생활임금에 미달하고 있다”며 “일정기간 동안 최저임금 인상 폭을 임금인상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재벌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원청업체가 이익을 과도하게 독점하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경제구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경제개혁의 수단이며, 재벌대기업의 독과점구조 해체와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같은 경제민주화가 적극 추진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최저임금을 둘러싼 현재의 과도한 사회적 갈등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 통해 나쁜 기업 퇴출시켜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버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세 번째로 높다. 미국(25.02%)·아일랜드(24.00%)·한국(23.7%) 순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분배 개선과 저임금계층 축소, 임금·소득주도 성장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국제노동기구(ILO)와 OECD는 ‘최저임금제도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있더라도 미미하다는 입장”이라며 “최저임금법의 본래 취지인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과 사회양극화 해소 원칙에 따라 가사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등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 수혜자는 552만명으로 임금인상액은 7조2천억원 규모”라며 “하지만 이는 전체 노동자 임금총액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 “2013년 12월부터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지난해 대비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줄어든 반면 직원을 고용한 자영업자는 7만4천명 증가한 것을 볼 때 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내수부진 때문이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상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금과 소득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한국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추종하는 나쁜 기업을 퇴출시키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착한 기업을 성장시키는 구조혁신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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